국민연금의 오해와 진실(2)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보장제도로,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언론 보도와 소문이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불안을 조장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약해졌습니다. 이러한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권 보장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부분적립방식의 운용 문제에 있습니다.
국민연금법에는 수급권 보장이 명확히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이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용되면서 기여금 일부는 현재의 수급자에게 지급되고 나머지는 적립되어 미래 세대의 연금 지급에 사용되는 구조로, 기금의 운용과 재정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기금의 운용방식은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으로 나뉩니다. 부과방식은 현재 가입자가 납부하는 기여금을 통해 현재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별도의 기금을 쌓아두지 않으며 인구 구조에 따라 재정 안정성이 크게 좌우됩니다. 초기 도입 비용이 낮아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과 같은 문제로 인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은 낮습니다.
반면,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납부한 기여금을 적립한 뒤 이를 운용하여 발생한 수익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초기 도입 비용이 높지만, 운용 성과에 따라 재정 안정성이 확보되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도 높은 편입니다. 부과방식의 대표적인 예로는 독일의 공적 연금이 있으며, 적립방식의 사례로는 미국의 401(k) 제도가 있습니다.
1988년에 도입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이는 보험료 수입을 모두 급여로 지급하지 않고, 남은 자금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적립된 기금은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적립방식은 국민연금이 고령화와 경제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중요한 기반입니다.
그러나 고령층의 급증으로 인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운용 수익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동시에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보험료 수입도 줄어들고 있어, 적립된 기금이 점차 소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2055년 또는 2056년 이면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제도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혁되고 조정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법에는 현재 “기금 고갈 시 국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수급권 보장이 명확히 명문화되지 않은 점은 미래에 재정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입자가 예상했던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이 부분적립방식으로 운영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지급 재원이 부족해질 우려와 결합되어 국민들에게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연금법 제1조는 국민연금 제도의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연금급여의 안정적 실시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국민연금이 단순히 기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복지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4조(국민연금 재정 계산 및 장기재정균형 유지)
① 이 법에 따른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조정)되어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의 조정 및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받은 계획을 해당 연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여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시하여야 한다. 다만, 급격한 경기변동 등으로 인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5년이 지나지 아니하더라도 새로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③ 이 법에 따른 연금보험료, 급여액, 급여의 수급 요건 등은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균형 유지, 인구구조의 변화, 국민의 생활수준, 임금, 물가, 그 밖에 경제사정에 뚜렷한 변동이 생기면 그 사정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법 제4조에서는 국민연금 재정의 균형 유지와 기금 운영과 관련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기금이 부족해질 경우, 국가가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것입니다. 이처럼 국민연금법은 재정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을 다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고갈에 대한 우려는 법적·제도적 맥락에서 과장된 부분이 많습니다. 국민연금법은 연금의 안정적 지급과 국민 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재정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가가 개입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1조와 제4조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어, 연금 지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금개혁안은 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동시에, 연금 지급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세대 간 형평성을 강화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험료율 인상
현행 보험료율(소득의 9%)을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할 계획.
참고로, 보험료율은 도입 초기 3%에서 현재까지 9%로 조정된 후 25년 이상 유지되어 왔습니다.
•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
납입 기간이 적은 고령층은 빠르게, 납입 기간이 긴 청년층은 더 완만하게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통해 세대별 부담을 조정합니다. (50대 가입자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
• 소득대체율 조정
명목소득대체율을 기존 40%에서 42%로 상향 조정.
이는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의 비율을 높여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을 강화하려는 조치입니다.
• 기금수익률 제고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을 현재 장기 수익률(4.5%)에서 5.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및 대체 투자 비중 확대, 전문 운용 인력 확충, 해외사무소 개설 등 운용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
정부는 기금수익률 제고만으로도 기금소진 시점을 현재 2056년에서 2072년으로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 검토.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줄어들거나 수명이 길어져 연금 수급 기간이 길어질 경우, 연금액 인상률을 물가상승률보다 낮추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점으로 국민연금 급여 지출액이 들어오는 보험료를 초과하는 2036년과 연금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는 2054년(5년 전인 2049년도 포함)을 제시했습니다. 자동조정장치를 2036년에 도입할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88년으로, 2054년에 도입하면 2077년으로 각각 늦춰질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부분이 연금 수급자한테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더욱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안은 연금 수급자들에게 실질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도입 시점과 방식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재 해당 내용은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도, 국가가 조세 등의 재원을 통해 연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경우, 관련 법령에서 수급권을 명문화하여 지급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금번 개혁안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국민연금 역시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연금이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연대의 기초임을 감안할 때,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장될 것입니다. 국민연금법이 제시하는 법적 장치와 국가의 의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물론, 국민연금 개혁안이 시행된다고 하여도 기금 고갈시기를 뒤로 늦추는 것에 불과하고, 후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세 줄 정리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은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시행된다 하여도, 기금 고갈은 뒤로 늦춰질 뿐입니다.
하지만, 고갈된다 해도 연금지급이 중단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