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ylviatis
Oct 22. 2024
Must do 랑 Can do
Can do만 하며 살고 싶다, 나도
"엄마, 엄마는 캔두할꺼야?"
"뭐라고?"
"엄마는 캔두하냐구!"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서 들은 말이야?"
"나는 must-do를 다해서 이제는 can-do를 할꺼야. 선생님이 must-do 다 한 사람은 can-do 하러 가도 된댔어."
아, 학교에서 선생님이 꼭 해야하는 일 (must-do)을 다 하고 나면 그러고 나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해도 된다 (can-do)고 하시는 모양이다. 선생님이 정해 놓은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인 우리 딸은 고맙게도 그 말을 집에 와서도 물어봤다.
아침에 학교 갈 준비, 학교 갔다 와서는 저녁 준비, 저녁 먹고 나면 씻고 잠 잘 준비하느라 내 분주한 나와는 달리, 시키는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한 사람과, 아직 주체적인 행동을 못하는 딸아이는 늘 여유롭다. 나만 혼자 여기 파닥 저기 파닥대는 것 같고 어쩔때는 복장이 터져 소리를 지르기라도 하는 날은, 나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고, 아이 울리는 나쁜 애미가 되는 것이다.
씻기러 들어갈려고 하면, 안 씻는다고 싸우고;
물 끄고 나오라고 하면 더 씻겠다며 싸우고;
다 나와서는 자러 들어가지 않겠다고 싸운다.
자지 않겠다던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지 않겠다고 난리고;
날씨와는 상반되게 옷을 입겠다며 아침마다 고집이다.
먼저 내려가서 그럼 나는 도시락 챙기고 있겠다고 하면 자기 혼자 두지 말라고 징징대고, 그래서 또 이것 저것 챙겨주면 저 혼자 할 수 있다고 냅두라고 짜증낸다. 그래서 나도 사람인지라, 엄마한테 누가 그런 식으로 짜증을 내냐고 버럭하고나면 설움이 밀려와 엉엉 우는 딸을 부등켜 안고 또 달래주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아, 정말 뭐하는 짓인가...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딸의 언어를 써보자 싶어서, 딸에게 말했다.
"엄마는 must-do 가 너무 많고, can-do 는 몇 개 없어. 그래서 엄마는 must-do 하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어."
그랬더니 조그마한 머리 속에서 나름대로 공감과 이해가 된 모양이다.
밥을 먹고 올라가 씻자는 나의 말에 순수히 따라주었고, 순탄하게 씻고, 순식간에 혼자 잠들었다.
딱 하루.
그 다음 날, 또다시 must-do 속에서 나는 허덕이고 있고, 그 와중에 간간히 찾아오는 can-do 를 바라보며 또 달리고 있다.
왜 하루는 길고, 1년은 짧은지...
오늘 벌써 월요일이 찾아와, 내가 무언가 중요한 must-do를 빼먹고 있는것 같은 불안함으로 아이를 버스 태워 보내고, 출근길에 올랐는데, 지금 요런 시절이 좋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놓치지 않는게 가장 나의 중요한 must-do가 아닌가 생각하며, 일터에서 주는 must-do를 can-do로 미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