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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공연덕후

Ben Hart: The Remarkable

드라이한 유머가 섞인 참여형 마술쇼

by 성경은

지난 수요일 일하다가 갑작스러운 두통과 구토감, 뒷목결림, 어지러움 등등의 증상으로 111에 전화했더니 앰뷸런스가 와서 응급실에 실려갔더랬다. 피검사와 뇌 CT를 찍고서 입원당하고 그다음 날 목요일 척수액검사 lumbar puncture까지 하면서 든 생각은 '앗, 내일 금요일에 벤 하트 Ben Hart 마술쇼 보러 가는 날인데 못 가는 건가? 안되에에에에'였다. 다행히 척수액검사결과까지 괜찮아서 목요일 밤에 퇴원했고 벤 하트의 마술쇼를 보러 갈 수 있었다.

그의 마술쇼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코로나 전이거나 아니면 코로나가 막 끝났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예전에 재밌었던 기억에 이번 쇼도 좀 기대를 하고 갔다. 소극장 공연이었고 평소처럼 별생각 없이 제일 앞자리에 앉았는데 공연이 너무 참여형이라 살짝 당황하고 걱정했지만, 내가 영어 못하는 아시안처럼 보였는지 나한테 뭐 하라고/해달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면서 왠지 또 기분이 막 좋지는 않았다.

무대

예전 공연이 좀 더 순수한 마술과 시각적으로 화려한 기술들을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다면, 이번 공연은 더 많이 참여형이었고 벤이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말하는 게 좀 웃겨졌다는 걸 느꼈다. 마술쇼 보면서 관중들이 이렇게 많이 웃는 거 처음 봤다. 물론 나도 많이 웃었다. 그의 유머는 전형적인 영국인스러운 건조한 개그들 위주인데, 얼굴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참여형 마술이 많아서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 신기하고 재밌었는지 모르겠는데 참여를 하지 않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대에 아무도 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관객석 여기저기로 벤이 돌아다니는 것을 카메로라도 잡았다면 좀 덜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옆에 앉은 어린 여학생은 하품도 좀 했다.

몇몇 마술들은 다들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지난 마술쇼에서 봤던 것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숟가락과 포크를 구부리고 뒤트는 것은 너무 많이 봤다. 관객들의 반지 몇 개를 받아서 반지끼리 연결해 체인으로 만드는 것은 지난 공연에서 똑같이 했었다. 어떻게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봤던 것들이 1/3 이상이라 좀 신기함과 신선함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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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지만 그렇게 재밌진 않았고, 처음 본 공연의 감동을 주진 못했다. 앞으로 벤 하트 마술쇼는 더 보러 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러분들에게는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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