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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식탐방

돈코츠 차슈 라멘

TOKii, London

by 성경은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 (11월 넷째 목요일 다음 날인 대규모 연말 쇼핑 세일 이벤트날) 주말이라는 걸 잊고 런던에 와버렸더니 세인트 판크라스 London St. Pancras 역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2배가 있는 것 같았다.

기차역

브리스톨 대학 University of Bristol 지인 교수님이랑 토키 TOKii라는 일식집에서 만나자고 해서 지하철 타고 가는데 지하철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지하철

식당은 런던 기차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 마블 아치 Marble Arch (일종의 개선문 같은 것) 역 근처에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영국에서 겨울에 정말 귀한) 쨍한 해를 잠시 봤다.

마블 아치

식당은 호텔 안에 있는 나름 고급진 곳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다 가격이 좀 있는 느낌이었다. 생각 없이 말차를 시켰는데 진짜 써서 우유를 잔뜩 부어 달라했다. 돈코츠 차슈 라멘이 내가 고민고민해서 고른 메인이었는데 그냥 그랬다. 18파운드(3만 5천 원) 라면 맛은 아니었다. 런던에서는 일식 라면 전문점(이를테면 Kanada-Ya)이 아니면 괜히 라면 같은 거 사 먹는 거 아닌 거 같다. 양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는데 절반은 남겼다.

돈코츠 차슈 라멘

나눠 먹는 스타터로 가라아게랑 야채구이를 시켰는데 가라아게는 맛있었다. 야채구이는 스테이크 먹으면서 시키는 사이드 샐러드 같은, 건강을 챙기는 역할이었지 특별히 맛있는 메뉴는 아니었다. , 근데, 스타터가 없었다면, 그리고 말차에 우유를 가득 부어 마시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라면을 다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닭튀김과 야채구이

지인 교수님이 20파운드 할인 바우처가 있어서 할인받아서 각각 28파운드(5만 4천 원 정도) 냈는데 할인을 받았지만 별로 그렇게 되게 맛있는 걸 가성비 넘치게 잘 먹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원래 영국을 포함해서 유럽 전반적으로 호텔에 붙어 있는 식당들이 가성비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맛이 되게 있다, 돈 값을 한다, 싶은 맛집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여기도 그냥 그런 곳들 중의 한 곳이다. 돈 값을 하는 것은 친절한 직원들 뿐이다. 큰 기대도 안 하고 갔지만 그냥 딱 생각했던 그 정도의 식당이었다.

밥 먹고 자리 옮겨서 커피 한 잔 했는데 이미 저녁이 되었고 깜깜해졌다. 마블 아치 역 근처에 뭐 대단한 관광지가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거리에 사람들이 아주 가득가득했다.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

길거리와 지하철의 붐비는 인구로 좀 걱정이 되긴 했다만 우리 동네 레스터 Leicester 돌아가는 기차 타는 플랫폼 쪽으로 가니까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6시 35분 기차를 타려고 6시 20분 정도에 도착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7시 넘어 그다음 기차를 탔다. 이 미어터지는 붐빔은 진짜 블랙 프라이데이와 연말의 효과인가, 아니면 일요일 저녁에는 보통 다 이런 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앞으로는 11월 넷째 주부터 새해까지, 그리고 일요일에는 런던에 가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굳이 이렇게 사람에 치이면서 런던에 꼭 가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기차타는 플랫폼에 가려로 줄 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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