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엄마의 동반우울증
왜 흔히 그런 이야기가 있다.
"딸은 엄마팔자를 닮는다."
어,,, 생각만해도 엄마처럼 살기에는 싫다.
나는 바쁘고 회피형 애착유형을 가진 부모님덕에
불안정 애착유형의 소유자다.
애정결핍이 아주 크단말이지...
20대 초반에는 어리석게도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자를 만나다 데이트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그때도 부모님은 나의 편이 아니었다.
"네가 맞을 짓을 했겠지" 아 참고로 친부모맞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치유받지 못하고 어리석은 방법으로 또 채우고 채웠다.
술과 음식 그리고 이성으로.
결과는 뻔할 뻔자.
그러다 아빠와의 사이가 더 악화되어 나는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게 독이었을까?
가족들이랑 있어도 혼자 있어도 미친듯이 정서적으로 외로웠다.
더이상 이성에게도 기댈 여력이 없었다.
그냥 책만 미친듯이 읽고 나의 생각을 적고 일만 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날씨가 좋으니 재수없었다.
'날씨 좋으니까 사람들은 다 밖에 나가 놀겠네. 짜증나.'
살면서 지구가 멸망하는게 소원이 될 줄이야!
화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저 침대에 누워있었다.
밥도 먹지 않았고 수업을 끝내고 굶주린 배에 처음 들어가는 건 '술'이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 의미없는 생각만 축내다
벗어나고 싶던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점점 이상해지는데 집에 들어올 수 있어?"
세상에. 가족을 벗어나기위해 겨우겨우 빠져나왔는데
2달만에 다시 들어오라니.
일단 나는 곧장 주말에 바로 엄마를 보러갔다.
상황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했다.
환각+환청/약간의 조현병을 동반한 우울증인 것이다.
엄마랑 집 앞 편의점을 가도 엄마는 나에게
"저 직원이 나한테 씨발년이래"
"사람들이 나한테 좆같대"
"어떤 애가 나보더니 이상한년이래"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미친듯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눈물 흘리고 있을 때 한 번 안아준 적 없으면서 왜 나를 힘들게 하지?
그럼에도 그런 엄마가 안쓰러워서 서로 용기를 내 여수여행에 떠났다.
여수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는 엄마에게 "엄마 무슨 생각해?"
"바다에 빠져 죽는 생각"
나는 순간 멍_ _ _ _ _ _ _ _
결국은 아빠가 병원에 억지로 끌고 가서 약을 복용받고 많이 나아지셨다.
하지만
그 순간에 잠시 뒤로 빠져있던 나의 우울감은 다시금 올라왔다.
그냥 누군가 나를 꼭 안아 "잘 하고 있어"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학교폭력 피해자였을 때도
데이트폭력 피해자였을 때도
성추행 피해자였을 때도
그저 술 안줏거리에 아무도 안아주지 않았지만
'책'만이 나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줬다.
지금은 아주 다행히 날씨가 좋으면 그저 좋은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일 외에도 독서, 운동, 균형잡힌 식사, 글쓰기 등 생산활동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 구석엔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소원이 작게나마 살아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