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사람들이 신정과 구정 다음으로 많이 챙기는 기념일 같다. 길거리엔 화려한 전구들과 그 전구들을 온몸에 두른 채 눈이 아프도록 밝게 빛나고 있는 트리들. 도대체 크리스마스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걸까.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니까 기독교인들만 신나게 예배를 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예 국가공휴일로 지정이 된 데다가 커플들을 주 타겟층으로 잡은 이벤트와 상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는 한다.
흔한 새해 버킷리스트엔 꽤나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혼자 보내지 않기'를 적는 모습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개팅과 헌팅량, 그리고 그 이외의 것들은 시들시들한 모습을 보면서 시즌의 양면성을 볼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굉장히 할 말이 사라지게 되기는 한다. 아마 내가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에 의미를 둘 외모가 아니기도 하고, 이제는 허탈감이 더 많이 들게 되는 시기에 들게 되어서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고객층이 아니라 크리스마스에 어떤 장사를 하는 게 더 좋을지 고민하는 판매층으로 시선이 옮겨졌다고 해야 하나.
사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그 기간들을 더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물품들이 슬금슬금 나오고, 12월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카페, 식당을 포함해 소품샵들도 얼마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기는지가 매출량을 결정하고는 하니까 말이다. 나도 알게 모르게 이런 것들을 분석할 정도로 크리스마스 자체엔 관심이 없어졌나 싶어 아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낭만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게 느껴질 때가 조금 많이 아쉽다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고는 있지만 잘 살아가고 있는 건지, 사람들에 비해 내가 많이 뒤처진 건 아닌지. 남들과 비교하는 삶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해 한해 불안해져만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불안함과 생각들은 12월 말에 가장 많이 드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 어렵다. 원래 삶은 어려운 거라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운 건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오늘밤도 결국 뒤척임에 지쳐 잠에 들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