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축복하는 나의 임신아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한동안 동네 카페를 찾아다녔다. 나의 작은 목표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커피 집을 찾아, 육아휴직동안 무료해질 나의 심신을 달래줄 아지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큰 욕심은 아니었다. 그저 집 근처 커피 한 잔이라도 제대로 마시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목표였는데, 한 달이 넘어가도록 내 아지트를 찾지 못하니 내가 어려운 목표를 잡은 건가 싶기도 했다.
동네 10분 거리로 찾던 아지트는 점점 차를 끌고 10분에서 15분까지 나가야 하는 거리까지 찾아보고 있었다. 이 쯤되니, 나도 나의 집착에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내 취향이 완벽히 반영된 카페를 찾고 있는 거지? 사실 내 짝꿍(남편)처럼 내가 데려가주는 곳 어디든 다 좋네,라고 나 자신과 합의할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나와 내 짝꿍과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았다. 난 음식, 환경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람에 대해서도 명확한 나의 기준이 있다. 그래서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을 회피하거나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 나의 통제적인 성향도 내 확고한 기준과 더불어 한 몫하는 이유일 듯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짝꿍이 나에게 매번 '똥고집'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그럴 때, 난 절대 내가 5살 아이나 80대 노인에게 어울리는 '똥꼬집'이란 단어를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 취향이 완벽히 반영된 나의 아지트를 드디어 찾았기 때문이다. 찾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왜 길 잃은 아이처럼 카페를 찾아다니며, 블로그 평점을 주고 있는지.
온전히 내 취향의 카페에서 향 좋고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클래식 음악에 가져온 책을 폈을 때..! 나의 가슴에 몽글한 만족감이 퍼졌다. 커피 한 잔인데, 마음에 즐거움이 느껴지며 행복감이 느껴졌다.
행복이란 내 취향을 존중하고, 제공받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오랜만에 느낀 이 행복감에 글을 남기며, 다짐했다. 육아휴직동안 내가 찾을 것은 나의 취향이라고.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동네 카페를 찾아다닌 경험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단순히 커피 한 잔을 즐기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 연결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커피 한 잔에 그치지 않고, 나만의 아지트를 찾으려했던 여정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통해 나는 개인의 취향이 행복감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한다. 성공적인 경력, 안정된 생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 등 세상이 말하는 요소들이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진정한 행복은 외부의 조건보다 내면의 만족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긍정심리학의 선구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을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긍정적인 감정, 몰입, 그리고 의미.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카페를 찾고 느낀 만족감은 셀리그만이 말하는 '몰입'에 해당한다. 완벽히 내 취향에 맞는 카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한 것이다. 이 몰입의 순간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고, 이를 통해 나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몰입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내 취향을 존중하고 이에 맞는 환경을 찾는 과정은 나에게 '자기 결정감'을 제공했다.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를 충족할 때 심리적 웰빙을 느낀다: 자율성, 유능감, 그리고 관계성. 내가 내 취향에 맞는 카페를 찾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의 자율성을 충족시켰다. 이는 단순한 카페 찾기의 여정을 넘어서,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취향 찾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철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의 행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고민해 왔다. 특히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쾌락주의에 기반한 행복 이론을 제시하며, 단순한 육체적 쾌락을 넘어 지적 쾌락과 도덕적 만족감을 중요시했다. 내가 카페를 찾아다니며 느꼈던 만족감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커피 한 잔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내면을 탐구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나의 취향과 기준이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취향을 존중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며, 이는 곧 행복의 시작점이 된다. 일상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내가 내린 작은 결정이 나에게 큰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삶에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결론적으로, 육아휴직 동안 내 취향에 맞는 아지트를 찾으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나는 단순히 좋은 카페를 찾은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으며, 앞으로의 삶에서도 나의 취향을 존중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