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과 음식
올해 만 13세 되는 반려견이 비장암 수술을 받으면서, 너무 마음이 힘들다 보니 최근 한 2주간의 시간이 한 두어 달쯤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은 퇴원해서 회복하고 있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물도 먹지 않아서 참 애태우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소위 병든 노견들이 사료를 잘 안 먹기 시작하고, 그러다 즐겨 먹는 간식도 잘 안 먹기 시작하고, 급기야 제일 맛있어하는 사람이 먹는 음식도 거부할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졌던지요. 예전에는 식탐이 많다고 놀리기까지 했는데, 식욕을 잃은 모습에 몹시도 마음을 졸였습니다.
간혹 다이어트하는 분들은 식욕이 없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데, 식욕은 생명과 직결되는 욕구입니다. 사람도 어디가 아프면 식욕부터 떨어지게 되고, 마음이 우울하거나 힘들어도 식욕을 잃기 쉽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곡기를 끊다’는 말은 죽음에 임박했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됐지요.
그러고 보면 음식이 갖는 힘이 참 큽니다. 음식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생명의 상징이자, 우리 마음에 만족과 행복, 위안을 주니까요. 특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 중의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게 음식을 먹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어디가 아프거나 힘들 때, ‘소울 푸드’라고 하지요, 예전에 엄마나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혼자 사시는 분들의 경우, 이렇게 삶에 중요한 식욕이나 음식의 힘이 무시될 때가 많습니다. 지난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6%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균형 잡힌 식사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혼자 사는 분들은 식사가 번거로운 일일 때가 많다는 거고, 그래서 제대로 식사다운 식사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거지요.
문득 뱃살 걱정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던 식욕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끼면서, 혼자 식사할 때도 대충 끼니를 때우지 말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식이 주는 힘을 한껏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