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 자격지심
나를 외적으로 설명할 때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위는 바로 '손톱'이다.
나의 손톱은 언제나 짧게 정돈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손톱을 자르는데, 나의 손톱 취향은 흰 부분이 보이지 않게 짧게 자르는 것으로, 자른 뒤 손을 보면 손톱 뒤에 손가락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와 있다.
손톱을 자른 뒤 비누를 사용해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수건으로 꼼꼼하게 손을 닦아주면 나의 손톱 정리 과정은 끝이 난다. 나는 이때 내 손톱을 보면 꼭 청결의 표본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 남들보다 일찍 혼자 손톱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누군가가 나에게 '엄마 없는 티'를 내지 말고 학교에 다니라고 말해주었는데 (나를 다그치기보다는 나를 걱정하는 말투였다.) 그 과정에서 생긴 나의 버릇이 바로 ‘짧게 손톱 깎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는 엄마 있는 아이들이 더 지저분하고, 손톱도 길었는데(심지어 때도 끼어있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집에 내 손톱을 관리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아마 이게 내 인생 첫 자격지심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엄마 없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버릇은 바로 '주름 없이 펴진 옷'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주름이 생긴 옷은 무조건 다리미로 다려 입었고, 만약 당일에 입고 가려고 한 옷에 주름이 있다면 다려 입거나 시간이 없다면 아예 다른 옷을 입고 나섰다. 심할 땐 양말이 구겨져 있는 모습도 왠지 꾸깃한 내 모습을 들키는 것 같아 다려 신었다. 지금은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행여나 꾸깃했던 내 어린 시절이 들킬까 여전히 유난을 떨며 옷을 다려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