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 허진년
백리 물길 태화강은 누대를 흐르고
생명은 무시로 물결마다 태어나고
바람 한 올씩 엮어내어 젖줄 당기고
그리움 채색하여 은빛 역사를 적었다
계절마다 구름도 전설을 이야기 하고
들로 산으로 바람은 별처럼 일어서는데
천년을 피고 지던 동백은 아침까지 붉다
가지산 옥류동에서 가슴으로 염원하여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토록 첫길을 열어
취서산 국수봉에서 솟아 은월봉 휘돌아 내려서면
작괘천 손잡고 작천정 굽이돌아 남천을 만난다
언양뜰 옥토마다 고운 물빛 빚어내고
척과천 고샅마다 잊었던 이름 불러 모아
반구대 바윗돌에 옅은 무늬 새겼다
선바위 백룡담에 굽은 허리 세우고
베리 애화는 애절한 울음으로 가슴 채우고
오산대밭 갈가마귀가 십리죽성 쌓는다
속 깊은 용금소 휘몰아친 기운이 태화루에 올라
은어 떼 유영하는 태화교는 어제를 기억한다
황어들이 친구하던 울산교 난간에 기대서면
번영교 지나 명촌 철교 기차소리 출렁일 때마다
연어는 회귀를 기억하고 물살 가르며 오르고
염포 모래펄 조개들은 새롭게 길을 만든다
울산대교 굽은 등을 위로하는 장생포 불빛 따라
일몰에 신발을 벗어 든 태화강은
또 다른 오늘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