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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가 직녀에게

by 허진년

견우가 직녀에게 / 허진년


칠월 밤하늘은 바람도 전설이다

수국의 붉은 키스자국이 별똥별로 뜨고

태초부터 벌거벗은 달빛도 불꽃이 되고

농염하고 격렬하게 몸 풀어내는 은하수는

신화를 허물어 암호로 내통시키고

인연은 오작교 난간으로 팽팽한 소리로 반짝이며

붉은 날마다 마른 비를 내린다


견우가 직녀에게 왔다


푸른 기억의 새벽은 무릎을 세우고

피리 불며 소몰이 오는 길섶마다 향기를 뿌려

몸으로 터지는 그리움의 뾰족한 탄력들과

정욕의 붉은 습관은 부족한 이야기를 견인하고

애타는 가슴으로 팽팽하게 부풀어진 연정을

붉은 금침 펼쳐 초록으로 눕는다


직녀가 견우에게 왔다


표절되고 절제된 언약을 시린 말로 옮겨

애증의 결을 녹여 기억 삭이던 베틀에 앉아

마음 따라 마름질 하려고 굽은 손가락을 펴고

관계에서 관계를 염탐하여 가슴 달구어 가며

팔 뻗어 서로의 흔적을 한가지로 상기하는데

머무르고 싶은 순간은 갈 길을 채근하고 있다


[덧붙임] 오늘 칠월칠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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