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도명파瑟島鳴波 / 허진년
바다에 뿌리를 심은
섬은
파랗게 멍이 들어 살아간다
파도 갈라질 때마다 상처가 덧나고
맨몸으로 외출하였던 등대가 아침 찾아오면
일출이 수평선을 기억하며
우두커니 하루를 안내하고
아무도 어둠을 기억하지 못하고
포맷되어 금지된 언어를 상기하느라
해국이 먼저 긴장을 해제하고
헹구어 낸 포말은 윤기를 담아내고
속으로 삭제를 시켜도 남는 흔적들
바람이 잎사귀를 만들어 붙이고
구름이 빌려준 옷을 여미며
고요는 흘림체로 통로를 개척한다
해가 뜰 때마다 얼룩은 지워지고
자기 자리를 지우는 것은 시간만이 아닌데
거문고 소리가 자맥질로 운다
덧붙임)
지금 슬도에는
해당화가 붉게 피었다~
흰꽃도 몇송이+열매도 익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