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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 천 년의 노랫가락

by 허진년

처용가, 천 년의 노랫가락 / 허진년


달빛이 비껴 흐르는 노랫말에

처용의 숨결이 살아 있다

바람 등을 밀어 개운포로 가니

동백 그늘 끝에 처용암이 드리운다


시절을 가르는 시대에도 별빛은 푸르고

상처받은 그대, 처용의 이름으로 감싸 안으니

치유의 향기로 누운 어깨를 덮고

역신도 거친 허리를 꺾는다


소중함을 지켜낸 처용의 관용

굽힐 줄 알아야 다시 펼칠 수도 있듯이

사랑은 언제나 운명에 휘둘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것이 어찌 절절한 역사뿐이랴


흔들리며 천년을 이어온 이야기는

보이는 것에 치우치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것이니

애정의 절반에는 늘 푸른 피가 흐른다


열린 마음은 애절함을 넘어

이랑을 다듬는 농부가 들판의 끝을 보지 않듯

천년을 이지러져도

역사는 그들의 꿈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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