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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Oct 26. 2024

꿈 / 허진년


내 삶은

언제나 구부정하게 살아가는

아흔아홉 살이다


꼭 사거리를 지나

횡단보도 끝까지 가서야 볼 수 있는

이발소 표시등은 한 바퀴 도는 데도

하루 해가 모자랄 것 같은 핏기 가신 얼굴이다

나를 닮았다는 이야기다


아물거린다

야윈 동네 언덕 위로

가벼움이 부풀어 오른다


지겨움이 촘촘히 박혀 있는

키 낮은 처마 끝을 이어 오다가

눈대중으로 하늘을 줄여서 머리 크기만큼 지붕을 만들고

잡히는 만큼 꿈을 오려 접어 주머니에 우겨 넣고서

등 뒤로 쏟아지던 팔월의 햇살을 자꾸 거부한다


알 수 없는 통증이

시선이 닿는 모든 언저리까지 번지기 시작해서

내 안의 전부를 들쑤시며 반란을 일으킨다

그냥 아프다

뭐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그냥 멍하니 아프다


아흔아홉을 지나면

회춘을 할 수 있다는 속임수에

여름 지나 가을 지나 겨울 뒷굽을 돌아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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