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초기 자본금이 적었기 때문에 하루빨리 일을 해야만 했다. 영어가 부족했기 때문에 오지잡보다는 한인잡을 먼저 도전했다. 당시 시드니에서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주나라 (www.hojunara.com) 사이트를 통해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웨이터 경험이 있었기에, 관련된 알바를 검색했고 많은 구인 광고를 찾을 수 있었다.
한 구인 광고는 저녁 알바를 구하며 시급을 $10불로 제시했다. 당시 오지잡을 구하면 시급이 약 $17불이었고, 한인잡은 $8~$12불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오지잡은 세금을 공제하지만, 한인잡은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곳도 많아서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금액을 받는 셈이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한인잡에 도전했고, 스트라스필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보러 갔다. 사장님은 트레이닝 기간에는 시급 $8불을 주고, 2주가 지나면 $10불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2주 동안 일한 돈은 보증금으로 사장님이 보관하고, 일을 그만두기 2주 전에 통보해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보증금을 요구하는 가게가 많았다.
나는 일단 돈이 급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했다. 한국 손님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인 손님들도 많아서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이곳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나보다 한 살 많은 매니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워킹홀리데이로 와서 매니저로 승진했는데,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주급 $1000불을 받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생활이 목표가 아니었고, 나는 더 나은 오지잡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루 동안 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는 '무조건 오지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날 저녁 매니저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매니저는 비웃으며 “니가 여기 나가면 오지잡 구할 수 있을 것 같냐?”라고 물었다. 물론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나는 한인잡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보다는 오지잡에 도전하며 영어 실력을 쌓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두고 봐라, 매니저. 언젠가 오지잡을 구해서 네 코를 납작하게 해주마!'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나는 하루 일한 돈도 받지 않고 저녁만 얻어먹은 채 한인잡을 그만두었다. 집에 돌아와서 룸메이트가 물었다.
“오늘 일 어땠어?”
“이건 아닌 것 같아. 나 공부 열심히 해서, 무조건 오지잡 구할 거야.”
그날 나는 새로운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