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식
‘김두식’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무빙’의 조인성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제가 아는 김두식은 10여 년 전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을 펴낸 경북대 교수입니다. 많은 법학 분야의 책들이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무게를 잡고 내용과 문체가 딱딱했던데 반해 <헌법의 풍경>은 친숙한 내용을 기초로 헌법의 정신을 설명했기 때문에 읽기 편했습니다. 특히 부드럽고 따뜻한 저자의 문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처가의 책꽂이에서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 저자의 이름이 '김두식'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욕망(色)과 규범(戒)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욕망을 절제하고 규범을 잘 지켜야 사회적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욕망은 극복해야 하고, 규범을 잘 지키며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모두 ‘색’보다는 ‘계’를 택하고 살아가는 '모범생'들인 것이지요.
저자는 자신의 욕망을 감추어두고 욕망에서 자유로워진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을 '모든 것을 다 갖추었는데도 이상하게 매력이 없는 사람들, 규범만 남았을 뿐 살아 있는 이야기가 빠진 사람들, 존경스럽기는 하나 사랑스럽지는 않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욕망이라는 것은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또 욕망이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고요. 이러한 욕망에 솔직해져서 거짓이 아닌 살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욕망이 그릇되게 분출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아줄 겁니다. 다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문제는 그런 살아 있는 이야기,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느냐입니다.
'규범도 지키면서 살아 있는 이야기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면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