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의진
이제 16개월이 된 딸을 보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입니다.
단순히 돈이나 물질적 자산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지금으로선 이쪽으로는 물려줄 게 없기도 합니다). 제 생각과 가치관은 말과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 말과 행동은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 영향을 미쳐 그 일부가 되겠지요. 이렇게 아이의 일부가 되어 남게 될, 보다 넓은 의미의 유산(遺産, heritage)에 관한 것입니다.
쓰고 보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순자산 00억 만들기’가 지상과제이고 학생들의 꿈이 건물주인 세상에서 한가하게 순진한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숫자 사회>는 어느새 돈이나 돈으로 나타나는 유무형의 자산, 즉 숫자가 전부인 사회가 되어버린 현실을 지적합니다.
얼마를 버네, 자산이 얼마네, 어디에 사네. 언제부턴가 돈과 관련된 요소만이 개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유일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돈 많은 백수’를 꿈꿉니다. 우리나라는 ‘돈 많으면 살기 좋은 나라’이니 ‘돈 없으면 살기 좋지 않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다른 판단 척도가 없으니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게 됩니다. 외적인 과시는 내면의 결핍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면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물질적 소비를 선택합니다.
돈, 물론 중요합니다. 저도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제 아이에게 더 많은 걸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도 하고, 의뢰인을 만나면 ‘이게 돈이 될 사건인가’를 먼저 따져보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건 결국 사무실 임대인을 위한 것인가 싶어 빨리 많은 돈을 벌어서 소득을 위한 노동에서 탈피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죠.
그런데 돈은 목적일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어떠한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죠. 그래야 경제적 자유라는 것이 내 삶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또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돈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하는 이야기는 넘쳐나지만, 그 다음, 즉 ‘돈을 벌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비어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는 것에 그칠 뿐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어려서는 좋은 학교에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고, 커서는 돈이 되지 않는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아이에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타인과의 비교에 의존하지 않고, 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단단한 자존감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그걸 물려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