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슨 베일
술을 좋아합니다. ‘술은 별로지만 좋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혼술하는 시간도 좋은 걸 보면 다양한 맛을 가진 음식으로서의 술을, 몸의 긴장을 누그러뜨려 주는 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도수가 높은 술을 선호하는데, 어느덧 40대에 접어드니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시면 몸이 힘들어서 얼마 전부터는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요즘은 그마저도 줄여보자고 생각하지만 그저 생각만 할 뿐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술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대체 술이 뭘 배신했을까?’하는 생각에 읽어봤습니다.
책의 내용은 특별한 건 없습니다. ‘술은 몸에 좋지 않다, 여러분도 술을 끊을 수 있다, 술을 끊어도 큰일나지 않고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이 술에는 경각심이 덜하고 술을 마시고 한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하며, 술을 마시지 않으려면 희한하게도 변명이나 핑계를 대야 하는 상황은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합니다.
담배와는 달리 술은 세상 사는 데 조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건 자랑이 아닙니다. 마시지 않거나 마시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흠이 아니고요. 술을 마실 것인지, 마신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어떤 속도로 마실 것인지는 모두 개인의 자유일 뿐 남이 강요할 일이 아닙니다. 각자 자신의 주량을 알고 거기에 맞추어 기분 좋을 만큼 마시면 되죠. 그저 술을 몸에 많이 집어넣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량을 지키며 실수하지 않을 정도로 마시는 게 술을 잘 마시는 거겠지요.
책을 읽고도 여전히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진짜 술을 끊게 해주는 강력한 책!’이라는 추천사를 쓰신 분께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