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암 Dec 08.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25 | 방사선 치료

이제 암치료의 절반이 왔다. 수술을 했고, 항암을 3차례 했다. 남은 일정은 방사선 30회와 나머지 항암을 3차례 더 하면 된다. 이중 방사선 치료가 들어간지 1주일이 되어 방사선 치료 관련 글을 써본다.


방사선 사전준비

방사선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방사선 치료 시작 1주일 전에 Simulation CT (Sim CT)라는 절차를 거친다. 실제 CT를 찍으면서 방사선이 조사되는 부위를 점검하고 방사선 기계와 신체의 선이 일치하도록 신체에 선을 긋는다. 일명 피부 표시선이라 부른다. 푸른빛이 나는 남색에 가까운 잉크와 붓을 사용해서 다리에 선을 그었다. 무릎에서 발목 방향으로 3개의 세로 선과 1개의 가로 선을 그어, 방사선 기계와 조사 부위를 빠르게 정렬하기 위해서이다. 이 잉크는 생각보다 잘 안 지워지지만, 한편으로는 1주일을 버티기에는 유지되기 쉽지 않아 은근 신경쓰면서 관리하면서 지냈다. 이후 알게되었는데, 치료중에 수시로 덧칠을 하여 선을 유지하였다.


방사선 일정 및 루틴

방사선은 매일 같은 시간에 병원을 방문한다. 접수를 하고, 환복을 하고, 담당 방사선실 앞에 앉아 있다가 호명하면 방사선 실에 들어가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총 4개의 방사선실이 있고, 나는 제3 방사선실에서만 매일 치료를 받는다. 환자마다 몸을 고정해주는 장치들이 필요한데, 각각 마다 모양이 틀리고 부피가 크다. 이에 각 방사선실마다 담당 환자의 장치들을 보관하고 있어서 같은 방사선실에 들어가야 혼선을 줄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아니면, 각 방사선실마다 다른 방사선 기계가 설비되어 있어 방을 바꿀 수 없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내 장치의 경우 방석같이 생겼는데, 종아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홈이 파여 있고 내 이름이 라벨링 되어 있다. 호명되면 방사선 기기 치료대에 눕고, 다리에 힘을 뺀다. 천장에 매달린 여러 장치에서 녹색 레이저 선들이 나오고, 방사선사들이 치료할 다리를 장치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움직여서 다리에 그어진 선과 비춰진 레이저 선을 일치 시킨다. 다 준비가 되면 방사선사들이 조정실로 들어가는데 이때부터 대략 7분정도 소요된다. 실제 방사선 조사는 대략 80초가 걸리지만 (조사 중에는 기계에서 고 에너지를 만드는 소리가 ‘웅웅’ 하며 들린다), 기계가 초기에 조정 단계를 거치면서 총 7분 정도 걸린다. 그러면 치료가 끝난다. 아픔은 안 느껴지고, 기계만 바삐 돌아가다가 끝난다.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월화수목금을 매일 가야 한다. 계산해보니 크리스마스와 설날이 있어, 6주하고 2일이 소요된다. 매일 분당까지 이동해서 딱 10분 치료하고 올려고 하니 편하면서도 은근 성가시다.

매주 화요일은 방사선종양 교수님과 면담을 한다. 치료는 잘 진행중인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등등 여러가지 체크를 한다. 아직 1주일 째인데, 첫번째 면담에서 Sim CT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치료 범위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방사선 피부염‘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바르는 연고를 처방해 주셨다. 피부염 예방연고인데 하루 두번 골고루 펴 바르면 된다.


방사선 치료 원리

방사선 치료는 1) 방사선이 직접적으로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여 제거하거나, 2) 방사선에 인한 체내 전리현상(ionization)으로 암세포가 간접적으로 죽게된다. 전리현상은 인체가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 이온화 현상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인체 내의 물이 분해되어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 또는 H202)가 생성되어 이것들이 암세포를 공격하여 죽게 만든다. 치료과정에서, 정상세포들도 함께 손상을 입지만, 정상세포 조직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는 반면에 종양조직은 죽는다.


방사선 량

나의 경우 수술한 다리 부위에 매일 2.1 그레이(Gray), 또는 210cGy (centiGray), 를 총 30회 조사한다. 치료가 끝나면 총 63 Gray를 조사하게 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일반인이 1년에 평균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 량이 0.36 cGy라고하니 엄청난 방사선(17500배)을 나의 암치료에 사용된다.

NCCN 가이드라인으로는 (에피소드 14​ 참조), 일반적으로 50 ~ 50.4 Gy를 조사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Microscopic Residual Resection (수술 후에도 작은 암세포가 남았을 거라는 케이스) 에 해당하고, 10 ~ 16 Gy를 추가로 부스트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으니, 가이드라인데로 63 Gy를 처방했다고 이해된다.


방사선 부작용

다른 환자들은 어지럼증이나 설사를 호소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다리에 방사선을 조사하기에 그러한 증상은 없다. 즉, 다른 암들은 조사 부위가 뇌와 가깝거나, 소화기간에 가까워서 어지럼증이나 설사를 동반하게 된다. 어쨌거나 무증상이라 다행이다.

방사선 피부염이 또 다른 부작용인데, 회상 입은 듯 피부가 붉게 변한다고 한다. 바르는 연고로 미리 예방 가능하다고 하니 12시간 간격으로 꾸준히 바르고 있다. 특히나 수술한 부위는 정강이 뼈 부위에 얇은 피부 만으로 덮혀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1주일 정도 지나니 다리 부위가 묵직함과 피로를 느낀다. 실제 효과는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암세포가 계속 죽어간다고 하니 몇 주 더 살펴보면서 묵짐함이 통증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다.


방사선 치료 기계 원리

아무래도 방사선 기계가 치료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방사선 의사는 처방을, 방사선사들을 기계를 운영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기계의 원리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나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방사선 기기들이 선형가속기이고 이를 라이낙(LINAC)이라 불리우는데 이는 Linear Accelerator 의 약자이다. 전자총에서 발사된 전자 빔(electron beam)을 선형 튜브에 통과하여 가속되고, 이를 X-ray 타겟에 부딪혀 고농축 X-Ray를 만들게 된다. 이 X-Ray를 환자의 암 부위에 조사한다.

방사선 기계가 타겟을 주변으로 원형으로 돌아가며 치료하는데, 대략 220도로 왔다갔다 회전하면 (약 80초) 치료가 끝난다. 원형으로 회전하기에 방사선 기계는 한점이나 한선에 국한되서 방사선 조사가 될 것이라 추측했는데, 3차원 입체로 방사선이 조사된다.

내가 매일 가는, 제3 방사선실의 방사선 기기에는 Varian사의 VitalBeam이다. TrueBeam 이라는 모델보다는 더 최신에 출시되었으나, 보급형 기기로 보여지고, 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에 같은 회사의 TrueBeam을 설비했다고 홍보되어 있으니, 추측컨데 각 방사선실 마다 다른 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치료실에는 가운데 Vitalbeam 기기가 있고, 천장에는 4개의 디바이스(카메라나 설비들)과 모니터가 4개가 달려있다. 치료실 안쪽에는 컨트롤 방이 따로 있어서 방사선사들이 기기를 제어하고 모니터링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치료대에 누우면 치료 과정을 볼 수는 없고, 대신 모니터에 눈을 둘 수 밖에 없다. 모니터 하나는 조사각도와 x, y축 등의 기계정보가 보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가지 명령정보들이 보이는데 자세히 뭘 하는지는 모르겠다. 다음의 영상들은 Varian사의 Vitalbeam 기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준다. (영상 1​, 영상 2​)


방사선과 항암을 해야 낮아지는 재발률

방사선 치료를 알아보다가, Myxoid Liposarcoma의 재발률에 대해 좀 더 찾아보았다. 나처럼 고등급 지방육종일 경우 환자의 12-25%가 10년 내에 국소 재발을 경험하며, 30-60%는 10년 내에 폐나 기타 장기 전이를 겪고 있다고 나와있다. 매우 높은 비율의 재발 또는 전이가 일어나니 슬픈 일이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을 받은 경우에는 재발 위험은 10%​로 낮다고 나와 있으니 지치지 않고 예방치료에 힘써야 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