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 전이 (Metastasis)
전이 관련된 검사는 총 4가지, CT, MRI, PET 그리고 초음파를 1박 2일에 걸쳐서 했다. (Episode 5 참고) 첫날은 CT와 초음파를 검사했고, 둘째날에는 MRI와 PET검사를 했다. 둘째날 오후 방사선과 교수님과 외래를 보았다. 수술전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게 좋은지, 아니면 수술 후에 치료를 받는게 좋은지를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였다.
뜻밖에도 불과 몇시간전에 힘들게 찍은 MRI로부터 나온 결과가 이 방사선과 교수님 PC에 들어와 있었고, 전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담당 교수님이 아닌 이분으로부터 처음 듣게 되었다. 3cm의 또 다른 지방육종이 같은 다리 뒷 종아리 가자미근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조직검사를 통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확인해야 함에도, 다른 곳으로 흔히 이주하는 이 암의 특성을 고려해볼때,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고 하셨다. 다행히 이 지방육종은 크기가 작아 이번 수술에 함께 제거하기로 의사와 합의하였다. 또한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하기로 논의되었는데, 이는 수술 전 방사선치료할 경우 전이된 작은 육종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져서 수술적 제거가 불가능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아들 암 소식에도 대체로 멘탈을 잘 유지하셨던 아버지 조차도 전이 소식을 들었을때 가슴이 무너졌다고 하셨다.
이 전이 소식은 종아리 이외에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충분히 가능성 있을 수 있었고, CT나 PET 등 최종 검토결과를 약 6일뒤 받게 되었었는데 (이때는 목요일이였고, 그 다음주 수요일에 교수님을 만날 계획이었다.) 나 포함 가족 모두 가장 힘들었던 6일이었다. 이 기간이 최고로 견디기 힘든 이유는, 이미 뒷종아리로 전이가 발견했고, 만약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 되었다면 어떻게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을 최악의 케이스를 나 포함 가족 모두 각자의 머리속에 그렸을 것이고 지배당했을 것이다. 또한 이때가 내가 동굴속 깊숙이 들어가는 시기였다.
6일 뒤 수요일, 수술을 위해 입원 절차를 밟아야 했고, 입원하고 담당 교수님을 만나 전이 소식을 듣는 계획이다. 수술 관련해서 여러가지 서류작성을 해야했고, 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MRT, CT, PET 결과를 미리 떼어 볼 수 있었다. 서류를 받고 아내와 둘이 대기실 의자에 걸터 앉아 미친듯 한장한장 살펴보았다. 암호같은 영상판독 결과지들을 단어하나 놓치지 않고 한참동안 해독해 가며 또는 ChatGPT를 써가며 읽은 결과는 뒷 종아리 지방육종외에는 다른 장기에 전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였다. 아내와 나는 너무나 안심되었고, 입원 후 만난 담당 교수님께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는 감사함에 눈물을 흘렸고, 6일간의 불안감이 싸그리 씻기는 순간이었다.
입원 후 수술을 위해 앞 정강이 부분과 뒷종아리 부분에 세밀하고 정확한 MRI가 다시 필요했고, 다시한번 MRI 검사대에 몸을 뉘었다. 다음날 CT를 또 한번 찍었으니까 CT, MRI, PET 모두 합쳐 동그란 통에 들어가는 검사만 7번 했다. 어쨌든 이 MRI검사결과에서 뜻밖의 희소식이 발생하였다. 수술 부위를 정밀하게 검사하기 위해 아주 세밀하게 slide된 MRI 영상판독에서 뒷종아리 지방육종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여러 교수님들도 재차 검토하셨지만 상세 MRI가 보다 신빙성 있기에, 전신 MRI때 보인 것은 일종의 MRI 그림자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고 본다. 전신 MRI때 1시간동안 힘들었고, 잠시 미세하게 움직이던 찰나에 고스트 종양이 찍혔다고 생각하자. 그렀거나 저랬거나, 결론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