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8 | 수술전 이것저것
감사표시
돌이켜보면 상계동 의사선생님 덕분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의 모든 예약들, 검사들, 그리고 수술까지 부드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 방문해서 감사표시를 하기로 하였다. 또한 수술전에 온전히 잘 걸을 수 있을때 어떠한 걸음이 나에게 의미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라서, 상계동 의사선생님 방문은 비록 부모님댁에서 멀더라도 당연히 우선 순위였다.
감사표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여 병원에 방문했다. 진료 등록한 뒤 한참을 기다렸다.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그때서야 알게되었는데,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에 공식 advisor로 2029년까지 활동을 명 받은 상패가 있었다. 그제서야, 의사선생님의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과의 깊은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차례가 되었을때 선생님은 이미 내가 방문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나의 어제까지 상황 (전이된 내용 포함)을 모두 알고 계셨고, 중간에 다른 환자를 잠시 보고 온 것 포함하여 30분 가까이 상담해 주셨다. 나는 그저 감사의 표시만 하려 갔는데, 의외로 길게 이야기 나누면서 나의 육종에 대한 지식을 보다 넓힐 수 있었고, 항암이 필요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내의 짧고 굵은 방문
미국에서 힘들어 하는 아내는 결국 나의 수술 일정에 맞춰서 잠시 한국에 들어오기로 했다. 입원날 하루전에 들어와서 수술 후 4일뒤에 돌아가는 일정으로 급하게 비행기표를 끊었다. 둘이 판교에 있는 호텔에서 1박을 하며 입원/수술 전 마음가짐을 함께 가다듬을 계획이다. 부모님댁에 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제안으로 둘이 호텔에 1박을 보낸 것은 정말 잘한 일이였다.
부모님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아내를 맞으러 갔는데 입국 게이트에 나온 아내는 살이 무척이나 빠졌고, 기운이 없었다. 주차장까지 가는길까지 아내는 어지러워서 쉬었다 가길 여러번 했고, 함께 먹자고 싸간 음식도 거의 먹지 못하였다. 부모님께서 바로 호텔로 대려다 주셨는데, 고맙게도 업그레이드 된 룸에 체크인하고 나서야, 그간 서로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부둥켜 안고 많이 울고 다독여 주었다. 수면이 극도로 부족한 아내를 재워주며 지낸 밤은 길었다.
다음날, 내가 환자인지 아내가 환자인지 모를정도로 수척한 아내를 데리고, 근처 내과가서 영양 주사를 1시간 맞고 기력을 보충하였지만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몇가지 은행업무를 함께 보고나서야 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