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의 매커니즘
세일즈를 업으로 삼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에서도 설득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권위'라는 점이다. 권위는 설득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사실, 살아가면서 우리도 모르게 권위를 활용하거나,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권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한 안과 의사가 실험을 통해 시력과 전혀 상관없는 행동을 환자들에게 지시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코끼리 코를 돌라든지, 토끼뜀을 뛰라는 지시였는데, 모든 환자들이 의심 없이 그 지시를 따랐다. 반면,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같은 지시를 했을 때는 아무도 그 행동을 따르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의사가 시키는 것이니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반대로, 비전문가가 시키는 행동은 농락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이 당연한 생각이 바로 "권위의 법칙"이다. 즉, 누군가를 설득할 때, 설득의 핵심은 내용의 중요성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깔끔하고, 똑똑하고, 잘생긴 사람들과 같이 우월해 보이는 사람에게 신뢰를 느끼도록 진화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세일즈를 할 때도 깔끔한 복장과 신뢰를 주는 행동, 말투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설득을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상대가 나에게 권위를 느끼는 순간, 설득은 훨씬 쉬워진다.
사기꾼들이 사람을 속일 때도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SNS나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포장해 권위를 쌓고, 그 뒤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돈을 빌린다. 이때 권위에 속은 사람들은 그에겐 무언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 믿으며 돈을 빌려준다. 결국 사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권위는 매우 단순하지만, 인간의 무의식을 공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자신이 누군가의 권위에 의해 심리적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닌지 항상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 또한 이 부분을 깨닫고 난 후, 내가 상대에게 권위가 없다고 느껴지면 조언이나 설득을 시도하지 않는다. 권위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대에게 힘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우선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상대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