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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 Seub Lee Dec 01. 2022

회사 몰래 아카이브를 털어보았다(3)

1970~1980년대 대구경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3. '네이트판' 기능도 했던 옛날 신문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한동안 날씨가 꽤 따뜻해서 이상기후 걱정을 했는데 여지없이 12월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지네요. 심심함에 다시 아카이브를 열어 기사를 보는데 1970년 12월 1일자 매일신문 7면에 '11월 추위론 50년만에 처음…한파 기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1970년 11월 30일 아침 기온이 영하 5.3도로 내려가 추위가 장난이 아니라는 내용이네요. 참고로 케이웨더에 따르면 2022년 11월 30일 대구지역 최저 기온은 영하 3.2도로 나오네요. 

당시 한파 때문에 그해 첫 동사자, 그러니까 얼어죽은 사람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같이 나옵니다. 29일 새벽에 김천역 구내에 한 4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자다가 얼어죽었다는 기사가 작게 나와 있습니다. 아마 대합실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서성거리다 결국 돌아가신 것 같네요.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추위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하니 독자들께서도 추위 조심하시길 바랄게요.









옛날 신문이 지금의 인터넷 게시판처럼 공론의 장 역할을 하던 모습을 하나 발굴했습니다. 1970년대 매주 목요일마다 실리던 '이런 人生(인생)'이라는 코너입니다. 당시만 해도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고 상담받을 공간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끽해야 부모, 형제, 학교나 사회 선후배 정도였을까요. 소위 말하는 '상담 센터'라는 곳도 공신력이 있는 곳이 아니었던, 그래서 신문의 투고 코너를 통해 답을 얻기도 했습니다. 민원 관련 내용은 '지상공청'이라는 코너를 통해 받았는데, 병무관련 상담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의료 관련 상담도 있는데 골 때리는 게 몇 개 있긴 했던 걸로 기억하니 보이면 한 번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실린 '이런 인생'은 '아내와 離婚(이혼)을 해야할지' 라는 제목의 글인데요, 내용을 정리하자면 결혼 8년째 접어든 한 유부남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고, 하필 상간녀에게 애가 생겼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이 부부는 혼인신고도 안 한 채 살고 있으며,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에 줄 위자료도 없는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 사실 많이 익숙하지 않습니까? 대개 네이트판이나 블라인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불륜썰, 바람썰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랑과 전쟁은 유효한 콘텐츠로군요. 다만,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옮겨가버려 신문의 역할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게 좀 씁쓸하달까요.


따지고보면 파렴치한 양반인데, 이 사연자에게 독자들은 어떤 답을 줬을까요? 다음주에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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