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시간 무제한

제한 속 무제한의 힘.

by 유진 choi


이 문구에 오로지 2시간 가득 채우리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모임이었다.

4명이 사는 동네와 거리가 있고, 심지어 지하철역에서도 추운 날 몸이 데워질 정도로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서 누구든 먼저 시작하는 잔 기울이기도 마다하고 2시간을 꼬박 채우리라는 마음으로 기다린 곳이다. 무제한이니 만만의 준비를 하자며 다 같이 편의점에서 1+1 컨디션 숙취해소제까지 구매하게 만든 곳이다.



"느린 마을양조장"


이렇게 번화가에서 떨어진 곳에 장사가 될까를 걱정한 게 무색하리만큼 가게 앞에 이르니 "대기 42번" 맙소사. 우리의 예상과 너무도 다른 세상이 펼쳐진 가게 안의 모습과 마주했다. 꽉꽉 들어찬 사람들과 가게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은 어떻게 여기를 알고 찾아오는지 또 한 번 우리나라 정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이미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온터라 대기번호에도 불구하고 꼭 먹고 말겠다는 의지를 숨길 수 없다. 사실 난 대기가 있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기다리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것을 선택하는지 기다려서까지 먹을 일이야?라는 주의다. 그럼에도 꼭 먹어야겠다. 이번만은.


이미 마음은 양조장이니 다른 곳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잠시 대기하자는 마음에 들어간 두 곳은 가게에선 역시나 '잠시 정차 중입니다.' 곧 떠나야 하는 사람처럼 다른 메뉴에도 술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다. 메뉴도 사이드 메뉴를 시키고, 심지어 맥주가 주방용품 pyrex에 담겨 나온다. 이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기번호는 얼마나 줄었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취소할까라는 마음도 참으며 드디어 대기 1번이다.

10시 반이 다되어 가는 시간이지만 괜찮다.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먹을 수 있잖아. 드디어 입장이다. 앉자마자 우린 11시까지 주문 마감이란 말에 전투적으로 시킨다. 그렇게 먹고 싶던 모둠전세트, 사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우리의 기대와 기다림으로 만들어진 이 메뉴들은 특별했다. 아니 너무 맛있었다. 여러 사이드 메뉴들로 어쩔 수 없이 배를 채운 우리에게 더욱 한줄기 빛이었다. 고기 국수에 치즈주꾸미까지. 거기다 무한리필 막걸리가 나오기 무섭게 비우는 우리다.



이제야 만족한다. 역시 이거지. 이 맛이지. 우리가 이걸 맛보기 위해 기다린 보람이 있지. 역시 인생은 결국 버틴 자만이 인생의 참 맛을 안다며. 술잔에도 내 마음대로 철학을 담아 본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 계획의 걸림돌에 포기하는 자와 포기하지 않는 자가 맛보는 그 이후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나는 앞으로도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 무제한 막걸리 웃픈 사건들 속에서 나에게 남겨진 가벼운 의미.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인간의 욕구를 또다시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은 시선에 머문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