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문명을 만든 지식

문명의 탄생

by 결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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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문명을 만든 지식

생명은 모두 저마다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눈도 뜨지 못한 아기 고양이가 어미젖을 빨면서 앞발로 어미의 젖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면, 본능적인 지식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리는 알에서 태어나면서 처음 본 대상을 자기 어미로 인식하고,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강을 잊지 않고 돌아와 산란과 수정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동물들의 지식이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탁월한 지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본래적인 지식들은 유전자를 통해 전달된다고 합니다.


생명이 본능적 지식을 통해 생존하는 것에 더해, 인간은 '언어'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 차이는 문명 형성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동물들도 학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 정보를 공유하거나 세대를 넘어 전달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지식을 "언어로 공유될 수 있는 생각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언어와 생각, 그리고 공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인간 지식의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의 규모와 깊이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때로는 답도 없고 유익도 없어 보이는 질문이었지만, 바로 그런 질문들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식이 공유되면서 인간 사회는 점차 커져갔습니다. 씨족을 넘어 부족으로, 부족에서 국가로 확장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종교적 지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끼리도 동일한 신화와 전승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종교의식은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도구였고, 국가의 지도자는 곧 종교적 지도자의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는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벽돌로 성을 쌓고, 수로를 통해 강물을 끌어들여 농작물을 재배하며 문명을 이루어갔지요. 도시의 중심에는 성전이 있었고, 제사장 역할을 하는 ‘엔시’라는 지도자가 이들을 통치했습니다. 이처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신정정치 체제는 수메르 문명의 특징이었습니다.

이집트 문명의 경우에는 통치자인 파라오가 인간이 아니라 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수메르인들과는 달리 영혼불멸의 신앙을 가지고 있어 미라 제작과 같은 독특한 장례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파라오는 이집트의 정치적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태양과 별을 주관하는 우주의 입법자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동양에서는 황하 문명이 발전합니다. 거북이 뼈에 갑골문자를 새겨 미래를 점쳤습니다. ‘전쟁을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아들을 낳게 될까요 딸을 낳게 될까요?’와 같은 물음들이 물어졌고, 불에 태워 그 모양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왕은 하늘과 백성 사이의 중재자로 제사를 지내야 했는데, 그들의 제사는 조상들이나 자신들의 내세를 위한 제사가 아니라 조상의 음덕으로 자신들의 현세를 더 행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계보다 보이는 세계가 중요했습니다.


이렇듯 초기 인류의 지식은 구별되지 않았습니다. 종교와 과학이, 꿈과 현실이, 믿음과 경험적 사실이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원전 14세기, 이집트 파라오 투트모세 4세가 역사상 처음 이집트를 떠나 메소포타미아를 공격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 도착한 야심만만한 파라오를 경악하게 한 것은 ‘거꾸로 흐르는 강’이었습니다. 이집트인에게 ‘강이란 늘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보고 경험한 것은 남에서 북쪽 지중해를 향해 흐르는 나일 강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유프라테스강이 그들에게는 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이해들은 고대인들의 경험이 제한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과론적인 사고의 능력은 이미 갖추었지만, 그것을 확증하거나 검증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그 단절을 저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채웠습니다. 때론 기괴하고 엉뚱해 보이는 지식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인간 문명은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 너머로 해가 질 때,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밤에는 하늘 여신 누트의 몸속을 지나가고 아침이 되면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고대 문명의 상상력과 지식은 비록 오늘날의 관점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참 버릇이 없다”라는 낙서를 남겼습니다. 이 말은 중국의 한비자가 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도 남긴 말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쿠푸왕 피라미드에 남겨진 낙서에서나, 오늘날 SNS에 남겨지는 불만 섞인 게시글에서나, 인간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지식이 진화해도 인간의 삶과 고민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과거의 지식은 단순히 고대 문명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진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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