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붕괴론
최근 미국 기술주의 하락세와 함께 'AI 거품 붕괴론'이 대두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인 호세 파라 모야노 교수는, 과거 닷컴 버블의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시장의 공포를 기업의 미래 전략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가치가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사나 거대 모델 개발사 등 AI 기술 자체를 만드는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역사적 사례에서 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인프라의 상징이었던 시스코(Cisco)의 주가는 폭락했으나, 그 인프라를 활용하여 공급망을 혁신한 월마트(Walmart)나 패스트 패션을 구축한 자라(Zara)가 새로운 산업 강자로 부상했다.
현재 AI 모델과 컴퓨팅 파워는 빠르게 상품화(Commoditization)되어 누구나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가치와 경쟁력은 이 기술을 소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모야노 교수는 이들을 "AI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보험금 청구 비용을 40% 절감한 보험사, 신약 개발 일정을 단축한 제약사, 경로를 최적화한 물류 회사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AI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AI의 역량을 중심으로 조용히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AI 거품이 붕괴하면 기술 도입 비용은 필연적으로 극적으로 낮아진다. 이는 성공의 핵심 변수가 기술에 대한 '접근성'에서 기술을 조직 내부에 통합하는 '조직의 흡수 역량(organizational absorption capacity)'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누구나 값싸게 AI를 쓸 수 있는 시대에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AI를 활용하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기술 라이선스 구매나 자체 모델 구축에 투입하던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분해야 한다.
관리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며, 직원들을 위한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값비싼 AI 도구를 사 오는 단계를 넘어, 그 도구를 조직의 DNA에 완전히 통합하고 체화시키는 과정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기술을 구매하는 시대에서 기술을 체화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모야노 교수는 "프롬프트 작성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워크플로우를 재구축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고용하라"라고 조언한다.
시장의 공황 상태는 역설적으로 기업 내부에 만연했던 비효율적인 프로젝트를 정리할 수 있는 최고의 명분을 제공한다. 그동안 정치적 이유나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마지못해 진행했던 '보여주기식 AI 프로젝트'들을 정리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리더는 이사회의 압박을 기회로 삼아, 조직 내 모든 AI 이니셔티브에 대한 '무자비한 감사'를 즉시 실행해야 한다.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아 "내일 이 작업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어떤 역량을 잃게 됩니까?"라는 단 하나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잃을 것이 없다"는 답변이 나온다면, 그 프로젝트는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중단으로 확보된 자원은 장기적인 성공에 필수적인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투입해야 한다.
즉, 데이터 인프라 구축, 프로세스 표준화, 그리고 기업 문화 혁신과 같이 실제로 중요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핵심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경쟁사들이 혼란 속에서 위축될 것이 분명한 지금, 차분하게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기업은 향후 압도적인 격차를 벌릴 수 있다.
공황은 모두에게 위기이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추격자를 따돌릴 전략적 기회가 되는 것이다. AI 거품에 대한 논의는 기업들에게 막연한 두려움 대신, '진정한 가치'와 '단순한 유행'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위기는 핵심에 집중하고 조직의 근본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된다.
시장의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야노 교수는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한 오늘의 실행 지침으로 "오늘 여러분이 취해야 할 조치는 거품이 이미 터졌다고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