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논리적인 사고가 있고 문제를 분석하는 기술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외국에는 이런 사람들을 별도로 빼서 기술자 트랙으로 관리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나이가 들어도 기술자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흰머리가 가득한데 현역 프로그래머로 활약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것들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순수 기술자 트랙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기술자에서 리더로 역할을 바꾸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기술 관리직이 되는 것이죠.
공식적으로는 저런 직무가 따로 없지만 보통은 중간 매니저들이 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중간 매니저들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력이 있고 논리적이면서 거기에 리더십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 후보자가 됩니다.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육각형 인재입니다.
그런데 이게 약간 복불복 느낌이라서 현실과 이상의 갭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력이 있고 논리적인 A 후배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던 임원이 A 후배를 리더 자리에 앉혔습니다.
지원제가 아니고 임명제로 하다 보니 당사자에게도 같이 일할 부서원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A 후배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들도 불만이 쌓였고 일도 잘 진행이 안되었습니다.
A 후배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 후배는 리더를 그만하기로 하고 다시 기술직으로 돌아옵니다.
리더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했지만 본인의 일이 아닌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 다시 기술직으로 돌아오더라도 중요한 업무는 맡기 어려워집니다.
이미 연차가 충분히 차서 한번 기회를 주었던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기회를 받는다는 보장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중요한 일은 다른 후배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방향성은 심해질 것이고 결국은 쉽고 단순하지만 귀찮은 일이 많은 업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회사 일이란 것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으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데' 하면서 과거에 머문다면 크게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옮기거나 다른 기회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면 마음을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단지 어떤 업무이든 내가 맡은 일은 즐겁게 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체력도 약해지는 만큼 멘탈도 약해집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이겨낼 강인한 정신력이 이제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집니다.
역할이 줄어든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확실히 처리해야 합니다.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자꾸 후배들에게 부탁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미운짓만 골라서 하다가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겪었던 많은 경험중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스포츠에서는 플레잉 코치라고 부릅니다.
바로 은퇴하기에는 실력이 아쉽고 주전 경쟁하기에는 젊은 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경우에 플레잉 코치 계약을 합니다.
선수로 경기에 나설 때는 동료이고 경기에 못 나설 때는 코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일반 기업에도 자연스럽게 도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업무도 하면서 선배의 노하우도 전달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투명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