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8일 일요일의
지오 이야기
느리거나 빠른 건 문제가 아니다.
아기들은 각자 자기만의 시간에 맞춰 큰다.
주변을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애는 지오랑 비슷한 개월 수인데도 벌써 14kg을 찍었다고 하고 어떤 애는 키가 90cm가 넘는다고 하고 또 어떤 애는 킥보드 발 구르는 솜씨가 5살짜리 못지 않다고 한다.
지오는 아직 몸무게도 12kg 남짓, 키도 90cm에 못 미치는, 백분위로 따지자면 2~30번대에 자리하고 있다. 100번으로 갈수록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건데, 태어날 때는 70번 언저리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피가 작아졌다.
내심 걱정도 됐다. 그런데 지오가 또래보다 말이 꽤나 빠르고 야무진 덕에 ‘그래, 지오는 몸보다 말이 먼저 크는 아이구나’하고 안심하는 중이다.
갓 28개월을 넘겼는데도 문장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주어 목적어 서술어 구색을 갖춘 문장을 이야기하는 건 물론이고 높임말에 최근에는 동요를 개사해서 부르기까지 한다.
며칠 전에는 지오가 말을 어찌나 야물게 하는지 기특하고 신기해서 몇 마디 똑같이 따라 했다.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글쎄 “아빠, 말 잘하네요?”라는 게 아닌가. 태어나서 들은 칭찬 중에 제일 기가 막히면서도 가장 눈물겨운 칭찬이었다.
지금은 8월 9일로 넘어간 12시 32분.
자기 앞에 주어진 시간대로 성실히 커나가는 모습이 새삼 대견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왔다.
내일도 자기만의 속도로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하게 성장해주길, 지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건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