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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Feb 20. 2023

2/20

이직을 했다

오늘이 첫 출근날이다


몸도 마음도 편한 곳을 떠나

괜히 옮겼나, 스물스물 퍼져나오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갈무리하고 또 갈무리한다


자려고 누운 지금 생각이 어지럽다

잠들기 전, 생각이 많은 시간엔 어김없이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2010년 겨울 석촌동 빌라에서

정수랑 둘이서 서울살이 자취를 시작했던 때

직장도 채 구하지 않고 덜컥 방부터 잡고선

이삿짐을 이리저리 밀쳐 놓고

홑이불만 하나 펴고 누웠던 그때

눈앞에 보이던 캄캄한 천장이

마치 막막한 내 미래인듯 가슴을 꾹 짓누르던 그때.


그때 뿐인가,

인생의 큰 변화 앞에서 나는 항상 천장을 봐왔다


군대 훈련소 첫날

취침등 너머로 흐릿하게 일렁이던 내무반의 천장,

결혼하고 전세방을 구해서 잠든 소영이 옆에

혼자 깨어 바라봤던 신혼집 천장,

광고대행사에서 인하우스로 옮기고서

힘든 적응의 나날들을 보내며 바라봤던 천장,

등등


불현듯 스치는 생각들을

다 잡아적지 않았음에도

이벤트가 적지 않다


게다가 오늘의 천장까지, 하나 더 추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오늘의 천장도 그저 한줄의 추억으로 남겠지


훗날 오늘을 한줄로 적을 때

입꼬리 끝에 웃음을 매달 수 있게

잘 적응하고 잘 헤쳐나가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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