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다짐을 하면서, 실패에 대한 인식도 한 번 되짚어보면 어떨까요?
번역서는 2022년에 나왔지만, 원서는 이미 2013년에 나온 책입니다.
그 점을 감안하고 보면, 이제는 "린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자주 시도하고 실패에서 배움을 얻어서 빠르게 개선한다는 생각이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개인 차원에서 실패는 여전히 두려운 일이죠. 그런 무서운 존재인 실패에 대한 부담감과 저항감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실패를 심리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1. 심리적으로 가볍게 만드는 방법 하나는, 목표를 질이 아니라 양으로 잡는 것입니다. 책에 도자기 공예 선생님의 사례가 나오는데요, A반에는 학생별로 최고의 작품 하나로 평가하겠다고 하고, B반에는 완성한 작품의 개수로 평가하겠다고 미리 가이드를 줍니다. 학기 종료 후 평가해 봤더니 B반의 결과물이 양과 질 모두에서 더 우수했다고 하네요.
하나를 정말로 잘 만드려고 노력하는 대신 완벽하지 않더라도 여러 개를 끝까지 완성해 보겠다는 생각은 부담을 줄여주며, 완성도가 부족할지언정 그 하나하나의 완성 경험에서 우리는 배움을 얻고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2. 실체적으로 가볍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은 정식이 아니라 약식으로 그 일을 해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도 실패할 일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실패하는 것이 매몰비용과 (그 시간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으므로) 기회비용 측면에서 이득입니다. 책에서 와닿는 사례는 경력 설계 문제인데요, 우리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고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그 직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할 때가 많죠.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그 일을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미리 경험해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학생 시절 인턴십 체험이 진로를 약간 틀도록 영향을 줬고, 지금까지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선 실패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1. 교훈적 실패(Eureka!)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실패
2. 기본적 실패(To err is human)
부주의나 경고를 방치함으로써 발생하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피할 수 있었을 실패
3. 복합적 실패(The perfect storm)
여러 작은 실수/불운의 결합으로 발생한 큰 재난적 사고
지금 뭔가에 실패했다면, 세 가지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에 따라 단기적/장기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합니다.
셋 중에서는 교훈적 실패가 "빠르게 실패하기"에서 추구하는 종류의 실패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실패는 일종의 탐색이자 실험이며, 실험은 그 정의상 예방이 불가능합니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는 없으며, 의약품 개발 실험을 한 번에 성공할 수도 없는 것이죠.
다만, 현재 주어진 정보와 상황에서 가능한 수많은 실험 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줄지, 그리고 실패로부터 어떻게 최대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지와 같은 문제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을 겁니다. 스스로를 속이지만 않는다면, 도자기 공예 선생님처럼 실패의 양을 최대화해 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테고요.
책에 재미있는 사례가 있어 하나 소개해봅니다. 제안 시 성공 확률이 10%이고, 성공 시 100만 원을 벌 수 있는 상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사원은 여전히 90%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요? 그 영업사원은 제안이 거절당할 때마다 상심하는 대신, 10만 원(=100만 원 x 10%)을 벌었다고 발상을 전환합니다. 그렇게 10번을 채우면 100만 원을 벌 수 있으니까요. 불가피한 실패에 대처하는 훌륭한 확률/통계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캘리브레이션이 맞아야 한다는 점. 즉 100번 시도하면 진짜로 10번은 성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기댓값 기준으로 10만 원을 번 것처럼 성공한 경우에도 (100만 원이 아니라) 10만 원만 벌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마인드컨트롤입니다.
실패와 그로부터의 학습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보고 싶을 때, 이 책들을 같이 읽으면 좀 더 생각을 풍성하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