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 없이 채워진 시간

by 꽃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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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작년 12월부터는 열정에 욕심까지 더해졌다.
2025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은 일들을 의욕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예상하지 못했던 무거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미 시작해 둔 일들 위에
책임과 역할이 계속해서 덧붙여졌고,
나는 어느새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번아웃 같다고.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체력이 약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충분히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들은 부정이 아니라 회피에 가까웠다.

나는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애써 피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번아웃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 오는 피로가 아니다.
쉬어도 회복되지 않고,
의욕은 사라지는데 책임감만 남아 있는 상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자꾸 멈칫하게 되는 상태다.



지금의 나는 정확히 그 지점에 와 있었다.


하루만 푹 자면 괜찮아지던 몸은 아무리 자도 개운하지 않았고,
머릿속은 늘 포화 상태였다.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 화는 다시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문제를 의지의 문제로 돌렸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지금 포기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했다.



이제야 나는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번아웃 상태였고,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도,
더 단단한 각오도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려놓기'였다.





며칠 전 참여한 연수에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어떤 사람으로 소개되고 싶은지를 짝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때
‘따뜻한 사람’으로 소개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다정해지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고,
따뜻해지기에는 내 하루가 너무 빽빽하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번아웃 상태에 있고,
지금의 나에게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와 있다는 것을.






3주간의 공동 연재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시간까지도 욕심이었던 건 아닐까,
끝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조금 더 남는 것 같습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글을 쓰는 동안 지금의 나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쓰는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작가님들께

그리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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