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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브로콜리숙회

아들이 좋아하니까 해준다

by Kidcook

내가 오징어 종류를 좋아해서 그런지 아이들도 오징어를 곧잘 먹고,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명절 때 친정에 갔더니 친정엄마가 갑오징어가 싱싱해서 사봤다며 딸 좋아하는 거 많이 먹으라고 데쳐서 숙회를 해주셨다. 그때 엄마가 딸 먹으라고 준비해 주셨는데 손주 둘이서 그걸 거의 다 먹어버려 정작 딸은 몇 점 먹지도 못했다. 그래서 엄마가 "애들 잘 먹는데, 갑오징어 좀 사서 해줘라" 하셨는데, 사실 손질하기가 번거롭기도 하고 갑오징어는 생물로 싱싱한 걸 사야지 살이 탱글탱글하니 씹는 식감이 좋은지라 양팔이 계속 아파서 치료 중인 상황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무리가 가서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마트 행사에 갑오징어 해동 제품을 팔길래 손질이 다 된 제품이기도 하고 해동된 제품인데 제법 싱싱해 보여서 한 팩을 집어왔다. 나 먹자고는 안 해지지만 애들이 좋아하니까 또 사게 된다. 오징어만 먹기는 좀 섭섭하니까 건강에 좋은 브로콜리도 하나 사서 같이 데쳐서 먹어보자.


재료 : 갑오징어 1팩(작은 거 4마리), 브로콜리 1개, 초고추장 양념은 고추장, 매실청, 사과식초, 자일로스 설탕, 다진 마늘, 통깨


원래는 초고추장 레시피가 있는데 이날은 그냥 고추장 통에 마지막 남은 고추장 박박 긁어서 만드는 바람에 레시피 측량이 안되어 주부 특유의 눈대중으로 간 봐가면서 대충 만들었다. 어쨌든 대략 고추장 3 수저 정도에 사과식초 1 티스푼 넣고, 매실청 3 티스푼 정도 넣고, 설탕 2 티스푼 가량 넣은 것 같다. 브로콜리 먹을 때는 넣지 않지만 오징어는 자칫 비릴 수도 있어 다진 마늘도 1 티스푼 넣어주었다. 농도가 적당히 묽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적당하면 마지막으로 통깨를 넣고 마무리한다.

요기서, 초고추장 꿀팁 드리자면 초고추장 만들 때 사이다를 좀 넣어주면 식당에서 먹는 초고추장의 맛있는 단맛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사이다가 없어서 매실청으로 대신했다.

초고추장은 만들어 두고 숙성을 시켜 먹는 게 좋은데 미리 만들어두지 못했다면 시간순서상 먼저 만들어두고, 브로콜리와 갑오징어를 손질하고 데치면 그동안 숙성이 조금은 되므로 이렇게 시작해 본다.


브로콜리를 먼저 뒤집어서 식초 1~2 수저를 넣은 식초물에 좀 담가두면 빽빽한 틈 사이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에 이물질이나 때로는 눈곱만 한 애벌레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꼭 뒤집어서 초록색 부분을 식초물에 담갔다가 사용하시기 바란다. 브로콜리의 이물질 제거 후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서 물을 끓여 먼저 데쳐낸 후 한 김 식혀둔다.

그리고 이제 갑오징어를 손질해 보자.

갑오징어는 몸통 부분의 배를 가르면 화살촉 같이 생긴 통뼈가 나오는데 그걸 제거하고, 먹물주머니도 제거를 해야 되는데 손질된 것을 샀더니 모두 제거되어서 씻어서 자르기만 하면 되니 편리하고 좋기는 했다.

사실 지난번에는 통째로 샀다가 먹물주머니 터뜨리는 바람에 흰색 오징어가 검게 돼서 살에 스민 검은색 먹물 씻어내느라 식겁을 했다. 손질 갑오징어가 아닌 원물로 사시는 분들은 처음 손질하실 때 주의하시기 바란다.

껍질이 시커매서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 먹을 거라 소화 잘 되라고 껍질은 제거해 주었다. 몸통 끝부분에 껍질 끝을 살짝 들어서 잡고 죽 뜯으면 한 번에 잘 제거된다. 그러면 하얀색 살만 남아서 색깔도 예쁘고 질긴 부분이 없어 먹기도 좋다.

껍질 제거한 오징어는 다리와 함께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적당히 채 썰어준다.

끓는 물에 소금 한 수저와 맛술 또는 소주 한 수저를 넣고 살짝 데쳐서 건진다. 간도 되면서 비린내도 제거하라고 소금과 맛술 또는 소주를 넣어준다. 오징어 종류는 많이 데치면 질겨지므로 투명한 살이 흰색으로 바뀌면서 살이 쪼그라드는 시점에서 건져주면 된다.

한 김 식힌 브로콜리와 오징어를 접시에 담아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서 밥과 먹어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다. 브로콜리는 항암효과가 있고, 오징어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성장기 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도 좋으며 다이어트하시는 분들에게도 좋다. 육류나 생선류는 굽거나 튀길 경우 기름을 사용하게 되고 지방함량이 종류도 있기 때문에 담백한 고단백식으로는 으뜸이다.

오늘 저녁에는 갑오징어브로콜리숙회다. 아이들이 "와~갑오징어다."라고는 하는데 "브로콜리도 먹어야 돼요?"그런다. "어, 갑오징어랑 브로콜리 같이 안 먹으면 다음부터는 갑오징어 안 해줌!"그랬더니 마지못해서 브로콜리도 한 개씩 집어든다. 역시나 오징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브로콜리만 남는다. 그래도 몇 개 먹어준 게 어디냐. 이렇게라도 야채를 좀 먹여야지. 안 그럼 야채는 잘 먹으려고 하지를 않으니. 오늘도 야채먹이기 반은 성공했다. 오늘 저녁 한 끼도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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