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사라진 캐럴

by 김청라

찬 바람에 옷깃을 여밀 때쯤, 크리스마스 캐럴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술렁술렁 연말 분위기를 띄우면, 백화점 앞에는 대형트리가 우뚝 서고, 구세군 냄비가 '지갑을 열어라'라고 작은 종을 울린다. 밤이 되면 큰 교회 십자가 아래로 줄지어 선 꼬마전구들이 앞다투어 반짝거렸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예수님의 탄신 일을 축하하는 연례행사였다. 그러던 것이 십여 년 전부터 캐럴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거리의 캐럴을 그리워하는 일부 사람들은 '저작권' 탓을 하며 아쉬워한다.

몇몇 자영업자들에게 '이거 틀면 돈 내야 한다'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캐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정적 계기는 2015년 현대백화점의 음반 저작권소송에서 대법원이 “상업 공간 배경음악 사용은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공연”이라며 저작권료 납부를 명확히 했다.

이후 2018년에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면적 50 평방미터 이상 되는 커피전문점, 생맥주집, 헬스장, 복합쇼핑몰 등이 저작권료 징수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되자 대형마트를 포함한 상업시설(15평 이상)들은 배경음악을 틀려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저작권 유효기간은 저작권자 사후 70년까지이다. 징글벨,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원곡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퍼블릭 도메인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루돌프 사슴코, 머라이어 캐리의 'All l Want for Christmas ls You' 같은 캐럴은 저작권이 살아있고, 상업적 이용 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저작권료 지불을 위해서는 음악저작물(작사, 작곡) 및 음반(실연, 복제)을 관리하는 단체와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산정된 저작권료를 주기적으로 지불해야 한다. 캐럴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잠깐 트는 것이라 저작권료 비용과 지급 절차 부담감으로 점점 틀지 않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저작권료를 내더라도 소음·진동 관리법에 따른 소음 민원의 대상이 되고,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연말의 거리는 더욱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 제도 변화로 음악 창작자와 음반 제작자들은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 것이다.


저작권 신탁 관리단체는 창작자의 권리를 대행해 관리하고, 무단 사용에 법적으로 대응하며, 공정한 수익 분배를 지원한다. 창작자는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음반 업계는 상업 공간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창작물의 인기가 지속되면 창작자의 수입은 계속되고, 세대를 넘어 상속자에게 유산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수입원 중의 하나였던 대형 판매시설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판매 증가 등으로 영업장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우후죽순 생겨난 카페들도 줄어드는 소비인구와 함께 문 닫는 곳이 많아졌다. 거리에서도, 대형시설 안에서도 캐럴뿐 아니라 음악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연말이 조용해진 것을 두고 저작권이 시초가 되었다는 것은 설득력 있지만, 사실 이것은 시절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저작권만 탓할 수는 없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루돌프 사슴코,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송이 다시 울려 퍼지고, 유명 가수들의 캐럴송이 연달아 세상에 나와 상업시설 안과 밖을 누빈다. 세계는 주님의 은총 아래 감사 기도를 올리고, 산타는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교회 종탑 위를 나른다. 사람들은 연말임을 실감하며 한 해 마무리를 하고 새해 맞을 준비를 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런 상상은 '옛날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조용한 연말이든, 들썩이는 연말이든 예수님 탄신을 축하하며, 인간 세계의 '저작권법'과 상관없이 자연 세상은 한결같이 '가는 해, 오는 해'를 교차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흐르는 세월을 따라 우리가 잃은 거리의 캐럴이 언젠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 사진은 2025년 2월 현대미술관(부산 강서구 소재)에서 백남준 영상 작품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