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의 변신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이 ‘의지’에 의해 지배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끊임없는 욕망에 이끌려 살며, 그것을 채우려 하지만 완전한 만족에 도달하는 일은 거의 없다. 충족된 욕망은 새로운 욕망을 낳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통과 무료함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끊임없이 쏟아지는 외부의 자극을 소비하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의지를 통제하고 내면을 단련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할 것인가?
나는 불과 몇 달 전까지 미디어에 시간을 소비하며 살았다. 스마트폰을 들면 SNS와 유튜브의 끝없는 유혹이 나를 빠져들게 했고,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쓸 마음이 없음에도 메일만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붙들려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다음 에피소드는 항상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 네플릭스에 있는 수많은 드라마, 영화등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해야 하는데 아직 하지 못한 밀린 숙제를 바라보는 것처럼 부담감마저 들곤 했다. 영상을 본 후에도 허전함이 남았고, 결국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충동이 생겼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나는 욕망의 끝없는 쳇바퀴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스스로 물었다. ‘이것이 정말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 사용인가?’ 쇼펜하우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고 배우는 것, 그리고 예술을 감상하며 깊이 느끼는 것이라고 믿었다. 즉, 단순한 욕망의 만족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과 깊은 사색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미디어 소비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시간을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데 할애하기로 했다.
일단 스마트폰을 멀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손이 갔다. 책을 읽을 때면 눈은 글자를 따라 쫓아가고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해독이 잘 되지 않고, 생각해야지 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열반(?)의 경지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나니 처음에는 공허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것은 쇼펜하우어가 말한 ‘무료함’의 일부일 뿐이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 자극을 찾아 헤매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를 진정으로 만족시키지는 않는다. 나는 이 무료함을 견디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자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던 습관을 버렸다. 대신 책 한 페이지라도 읽었다. 퇴근 후에는 지친 나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운동을 하며 책을 듣거나 읽었다. 점차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도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한 달 후, 나는 전보다 훨씬 차분하고 명확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의 의지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미디어의 자극에 끌려다니지 않게 되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대로, 나는 단순한 욕망의 노예가 아닌, 주체적인 인간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무료함을 피하기 위해 미디어를 소비한다. 하지만 그 무료함을 견디고, 생각하며, 내 안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은 꽤 큰 즐거움을 준다.
지금도 나는 미디어를 소비한다. 그러나 끌려다니지 않고 내 의지대로 본다.
우리는 흔히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하루 24시간을 내 뜻대로 변신시킬 수 있다면, 인생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