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퍼센트 세일
주말을 맞아 모처럼 아내와 쇼핑센터로 향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평소 쇼핑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사람 구경하는 맛에 붐비는 쇼핑센터를 찾곤 한다.
아내는 물 만난 고기처럼 두 눈을 반짝반짝 빛을 내며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닌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아내의 살아있는 눈빛과 빠른 행동으로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집에서는 팔 뻗으면 닿을 물건도 가져달라고 시키던 엉덩이 무거운 아내가 맞나 싶다.
덕분에 나는 사람 구경보다는 아내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70퍼센트 세일', 아내의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고, 나 역시 파격적인 할인에 호기심이 생긴다. 아내와 나는 서로 한번 쳐다보고는 서로의 마음을 읽은 듯 한번 웃고는 말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마침, 바지가 필요했던 나도 매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에게 어울리는 바지를 찾았다. 하지만 70퍼센트 세일 품목은 한쪽 구석에 자그마한 부스에 한정이었다. 선택의 폭이 너무 적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바지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넘겨본다. 사이즈가 없다. 한참을 면밀히, 자세히 살피다 운 좋게도 마지막 하나 남은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았다.
기쁨을 만끽하던 순간, 마음 한편에서 올라오는 생각이 있다. "왜 나는 항상 이런 빅세일 품목만을 사야 하지?". 생각해 보니 나는 정가대로 산 기억이 별로 없다. 쇼핑을 즐기지는 않지만 필요한 것은 항상 세일기간에만 산다. 처음에는 저렴하게 사게 돼서 횡재한 듯 좋았는데 이 경험들이 계속되니 언제부턴가 나 자신이 초라한 생각이 든다.
자리를 뜨려는데 아내가 부른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다며 제법 비싼 정가 바지를 건넨다. 아내는 70퍼센트 세일 코너에 서있던 나의 뒷모습에서 내 마음을 읽었다. 그날 나는 아내의 귀한 마음을 횡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