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문석과 무문석

라이프 스타일

by 디노

갈수록 쌓여가는 내 머릿속 먼지들을 한 번은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며칠에 한 번씩 집안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나름 정돈된 후에 바라보는 쾌감을 즐긴다.

하지만 정작 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주 무관심했다.

먼지가 쌓여가는지, 때가 묻어있는지, 찢어지고 해진 데는 없는지 돌아보질 못했다.

다행인 것은 내가 돌아보지 않아도 내 몸이 스스로 말해준다. 이제는 나 좀 돌아봐 달라고.


스스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감과 생활의 염려로 정신없이 살아온 나의 정신과 마음은

대학교 때 티베트를 여행하며 보았던 사원에 걸린 깃발들처럼 천의 끝자락이 해진 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어느 날, 책을 읽다 강화도 화문석을 접하고 무엇인지 궁금해서 핸드폰을 들고 찾아보았다.

왕골을 이용하여 꽃무늬 등을 수놓은 돗자리 라고 한다. 예전에도 이름은 들어봤지만 찾아본 적이

없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는데 막상 보니 아름다웠다.

용, 호랑이, 원앙, 봉황, 학, 매화, 모란등 수복과 부귀를 표현하는 문양은 보기에도 많은 수고가

들어간 듯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무늬가 없는 무문석이 더 비싸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지만

이유를 알게 되니 이해가 되었다. 화문석과 달리 무문석은 짜는 사람이 지루해서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아마도 화문석을 짜는 것에 비해 정신 노동력이 두 배 이상 들어가서 그런 것이라 생각되었다.


지금 내 인생이 무문석 같았다. 일상이 지루하고, 단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생산활동뿐이었다.

나는 버라이어티 한 삶을 꿈꾸고 나름 원본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복사본과 같은

평평한 일상에 갇혀 살고 있었다.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며 가족들 먹여 살리고, 내가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좋아하던 독서를 먼저 시작했다. 머릿속에 쌓인 먼지들이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느낌이 좋다. 이대로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글을 쓰기로 했다.

조금씩 떠오르는 먼지들을 빗자루로 쓰레받기에 담듯이 나의 생각들을 써 내려가기로 했다.


한순간을 살아도 자기 무늬를 가진 화문석처럼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