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심리성적 발달단계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성(性)교육’의 골든타임
최근 부모교육 강의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는 다름 아닌 ‘자녀 성교육 지도법’이다. 자녀의 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는 부모는 많지만, 막상 자녀와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여전히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모들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자녀의 성장 발달에 따라 부모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듯, 성교육 또한 발달 시기에 맞는 환경과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른바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성적 발달 단계를 체계화한 이론을 통해 논란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간의 성적 에너지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어린아이 역시 성적 욕구가 있으며 자신의 신체를 통해 쾌감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심리성적 에너지, 즉 리비도(libido)가 성장에 따라 특정 신체 부위에 집중된다고 보고, 인간의 성 발달을 다음의 다섯 단계로 구분하였다.
구강기(0세~ 18개월), 항문기(18개월~3세), 남근기(3세~6세), 잠복기(6세~12세), 생식기(12세 이후)
그 중에서도 남근기(3세~6세)를 살펴보자. 이 시기에는 리비도가 생식기에 집중되며, 성에 대한 호기심이 급격히 증가한다.
"아기는 어디서 나와요?", "오빠는 왜 서서 쉬야 해요?", "엄마는 왜 OO에 털이 있어요?" 등 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통한 첫 사회화를 경험하는 시기로, 또래 간 성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성 관련 사건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시기는 성교육의 첫 번째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성교육의 첫 걸음, 부모의 ‘자연스러운 반응’
이 시기의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부모의 태도다. 아이의 성적 호기심에 놀라거나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적인 질문은 엄마(아빠)에게 해서는 안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들이 성적인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부모를 의논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성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질문에 대해 사실에 기반하여 솔직하게 답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 아가는 어디로 나와요’라는 질문을 했다면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설명하되,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역질문으로 아이의 인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너는 아기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해?"
이 질문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토대로, 필요한 경우 성교육 그림책을 활용하거나, 그림을 그려가며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설명하는 부모가 자연스러우면, 아이 역시 그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사고는 결코 ‘오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호기심과 또래 성놀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문제가 되는 상황은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성에 관련된 놀이가 벌어졌을 때다. 이를 무조건 성폭력 사건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해당 행동이 발달 단계상 나타날 수 있는 ‘성놀이’인지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살펴보자.
아이들이 서로 성기를 보여주었다.
병원놀이를 하며 옷을 벗고 관찰했다.
다른 아이에게 성기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은 남근기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성적 호기심에 기반한 성놀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이를 곧바로 ‘성폭력’으로 간주하고 심각하게 사건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모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반응은, 아이를 다그치거나 질책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성교육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교육이 바로 ‘경계 교육’이다.
경계 교육은 아이들에게 ‘신체적 경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의 몸에 접근하거나 접촉하기 전에는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빈 종이에 동그라미 6개를 그리고 번호를 매긴 다음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속옷 입는 부위– 내 몸에서 가장 소중하고 은밀한 곳으로, 오직 나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곳이다.
나를 안고 뽀뽀할 수 있는 사람– 주로 엄마, 아빠 등 가장 가까운 보호자.
가볍게 안아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 유아교사 등.
손만 잡을 수 있는 사람
인사만 할 수 있는 사람
낯선 사람– 친절하게 말을 걸더라도 따라가거나 정보를 알려줘서는 안 되는 대상.
이러한 방식으로 신체적 경계와 ‘동의’의 개념을 가르치면, 아이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고, 친구의 몸은 동의없이 보거나 만지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성교육
성교육의 핵심 목표는 일회성 지식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바람직한 성의식 형성에 있다. 단지 성기를 아는 것이 아니라, 성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놀랍게도 ‘성(性)’이라는 한자는 ‘성품 성(性)’자를 쓰며, 이는 인성(人性)과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마음 심(心)과 날 생(生)이 결합된 이 글자는 사랑하는 두 마음이 만나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성은 생명의 본질이며 존엄한 행위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은 부끄럽거나 장난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생명존중의 태도를 배우는 관계 교육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성교육을 성기 중심의 지식 교육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성지식 교육은 전체 성교육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성의식을 함양하는 것인데 성의식 교육은 부모의 삶을 통해 아이에게 전해진다.
예를 들자면
‘아이가 성적인 질문을 했을 때 부모의 반응’
‘드라마에서 러브신이 나올 때 부모의 태도’
‘미혼모 이야기를 듣고 부모가 내쉬는 한숨’
이 모든 일상의 장면들이 아이의 성의식 형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자녀 성교육의 시작은 부모 자신의 성의식 함양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학교나 유아기관에서 ‘자녀 성교육 지도법’이라는 공문이 왔을 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수강해보길 권한다. 그것이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