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실만들기 (Self-Handicapping)
일상적 사회 상황에서 개인들이 보이는 특정한 행동 양상들을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심리적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골프게임을 하려고 필드에 나가게 되면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일이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혹은 감기가 걸려서 컨디션이 난조라던가 집안 사정상 머리가 복잡해서 연습을 못했다는 것이다. 혹은 자신은 얼마나 게임 경험이 부족한지, 얼마나 골프게임이 오랜만인지 앞다투어 강조한다.
또 다른 예로, 지인이나 직장 동료 등과 회식 하면서 노래방 가서 마이크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오랜만에 노래방을 왔는지를 알리며, 선곡을 할때도 처음불러보는 노래라는 것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사례가 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정작으로 하루 전날 친구를 만나서 논다거나 술자리에 참석하는 등, 딴청을 부린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구실만들기Self-Handicapping)이다. 셀프핸디캐핑이란 어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모면하려고 자신의 실패를 방어할 구실을 만드는 심리기제이다.
이렇게 스스로 핸드캡을 만들고 나서 실패하면 자신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라고 핑계를 대며 자존감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자기구실(Self-Handicapping)은 사회심리학 영역에서 중요한 개념적 틀로, Berglas와 Jones(1978)에 의해 최초로 체계화되었으며, 이들은 개인이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험할 때 실패에 대한 외재적 귀인(external attribution)을 생성하기 위해 자신에게 장애물을 설치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불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상처받지 않으려고 원인을 외적인 환경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특히 청소년시기의 학생들은 자아 정체성과 성취욕구가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자기 구실만들기 전략은 시험 때마다 자주 사용된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시험에 떨어지면 머리가 나쁘다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으니 그전에 셀프핸디캐핑을 하는 것이다.
’요즘 바바서 공부를 하나도 못했어‘ ’감기걸렸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열까지 나는 것 같아‘
’멍해서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데 어떡하지?‘
이렇게 얼마나 공부를 안했는지 은근슬쩍 말하거나,
얼마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를 강조한다.
이렇게 말해두면 혹시라도 시험결과가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공부를 못해서', '열때문에 머리회전이 안되어서' 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다.
이것은 자기 제시에 일종이다. 자기 제시란 타인에게 특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조정해서 전달하는 행동을 말한다.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조정하는 것으로 인상 관리이다
셀프핸디캐핑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경우 자신이 얼마나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미리 강조하거나 실제로 핑계를 만들어서 실패에 따른 평가절하나 이미지 악화를 예방하려는 자기 제시의 일종으로 인정욕구가 좌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자녀들은 전 생애를 부모에게 의탁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본능적으로 부모에게 잘 보이려는 욕구가 누구나 에게나 있다. 그러므로 부모의 평가는 자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보통 자기 핸드캡을 쓰는 아이들은 다른 이들의 시선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눈치를 보며 자신의 수행 결과가 곧 자신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 실패 자체보다는 실패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더 두려워 하는 것이다.
또한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학생들은 모든 일에서 높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실패의 구실을 만든다.
자기 구실만들기는 단기적으로는 자존감 보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한다. 실제로 실패를 예상하고 딴청부리는 행위는 반복하면 실력향상의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는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실제로 실패를 유도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향의 자녀들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도움의 방향은 자녀에게 실패를 부정적인 것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노력과 과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성장 마인드셋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결과 중심의 칭찬이 아닌 노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칭찬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은 부모의 칭찬과 격려의 방향에 따라 행동이 흐르게 되어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결과가 기대 이하로 나왔다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마음껏 칭찬해 주어야 한다. 주어진 미션에 임하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함을 인식시켜 준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강한 학습 태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녀가 시험을 앞두고 자기 구실 만들기(딴청)에 행위를 보인다면 다그치지 말고 잠시 뒤로 물러서서 그들의 심리적 긴장감을 헤아려주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교육적 접근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