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제 추억은 고 정인봉 감독과의 추억이다.
단편영화 길로 부산영화제에 초대받아 호평을 받은
영리한 정인봉 감독은 세편의 단편을 더 만들어서
단편영화였던 길을 옴니버스 장편영화로 만들었다.
정인봉 감독은 옴니버스 장편영화 길로 부산영화제에
다음 해엔 전주영화제에 초대를 받아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나는 그 두 영화제에 정인봉 감독과 함께 했다.
그리고 정인봉의 두 번째 작품인, 내가 프로듀서로 시작한 질투의 역사를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흥해에 성공하진 못했다.
나는 건강 문제로 질투의 역사 기획과 초반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다 중도 하차를 했다.
그 후 내가 신문에 연재하던 에세이소설
미아리 이야기 속의 세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서 영화로 만들려다가 정감독은 등산 중
급작스런 심정지로 급사를 하고 말았다.
(미아리 이야기는 얼마 전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운이 좋아 초판 1쇄가 완판 됐다.)
아침에 부산영화제 소식을 들으니 나랑
부산영화제를 실컷 즐겼던 정인봉이 그립다.
그 당시 박찬욱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정환 씨,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서울 가서 봐."
내가 박찬욱 감독 다음으로 좋아했던
고 정인봉 감독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정인봉은 내가 사진전 <이정환의 아일랜드>展을 치를 때 내게 전화를 걸어 "형, 내일모레 신풍루에서 곱창구이 먹어요."라고 약속을 했는데 만나기로 한 전날 등산 중에 심정지로 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