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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을 가진 영화감독들

by 아리미 이정환
질투의 역사를 준비 중인 정인봉
정인봉과 나는 질투의 역사 기획 단계 때 함께 아이디어 여행을 떠났다.

나와 1이라도 인연이 있던 영화감독들 중에 수많은 박찬욱과 봉준호가 있었다. 301 302의 시나리오를 썼던 이서군, 일팔일팔의 장화영, 여고괴담의 박기형, 길의 정인봉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많은 감독 지망생들이 박찬욱과 봉준호 못지않은 영화적 재기 발랄함과 지식과 가능성을 가졌으나 여러 이유로 박찬욱과 봉준호가 되지 못했다.

물론 이들 중 이서군 감독은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어서 포함시키기엔 조금 애매하긴 하다. 하지만 시나리오 301 302가 영화판에 등장했을 때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그 시나리오를 박철수 감독이 연출을 함으로써 천재적 시나리오가 무뎌지고 말았다. 만약 301 302를 이서군이 직접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일팔일팔 또한 큰 흥행성을 가지진 못했지만 시나리오가 참신했고 저예산 영화치곤 나름 완성도가 높은 장화영의 데뷔작이었는데 국세청의 심기를 자극한 내용으로 제작 투자사 동아수출공사가 세무조사를 받았고 장화영도 그 이후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

그에 비하면 길의 정인봉은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영리한 정인봉은 단편영화 길이 부산영화제에 초대를 받고 반응이 좋자 그걸 옴니버스 영화로 확장시켜 다음 해 전주영화제에 초대를 받았다. 그 후 고향인 군산의 후원으로 저예산으로 질투의 역사를 만들었으나 흥행엔 실패했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신작을 준비하다 등산 중 돌연사를 하고 만다.

여고괴담의 성공으로 주목받던 박기형은 어떤 이유에선지 자리매김을 못하고 잊히고 말았다. 혹자는 그의 불같은 성향이 문제라고들 한다.

박찬욱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의 조감독 출신으로 저예산 달은 해가 꾸는 꿈을 연출한 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삼인조로 재기를 하나 싶었는데 영화적 완성도에 비해 흥행에 참패해서 더 이상 기회를 못 얻나 싶었는데 JSA로 극적인 성공을 거둔 운 좋은 케이스다.

봉준호는 데뷔 때부터 운이 좋은 케이스다. 하지만 그도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위에 거론한 인물들 외에도 수많은 박찬욱과 봉준호를 만났었다.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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