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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 하루 전,

by 김귀자

"가기 싫다." 안갈 수 있으면 안가면 좋겠다고 한다.

군대 안가는 친구가 부럽다고 한다.

할말이 없다.

아들 방을 정신 없이 청소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정리한다.

그래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일어나지를 않는다.

12시에 깨워달라고 했는데, 1시가 다 되어간다.

옷정리를 다 했다. 세탁기에 옷을 넣고나니 일어났다.

따뜻하게 먹으려고 시간 맞춰 사온 피자가 다 식어버렸다.

커피를 데웠다. 함께 피자를 먹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괜히 청소기를 돌린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고, 분주한 척 한다.

세종시까지 형이 데려다 준다고 한다. 아들을 안아본다. 어느새 이렇게 자랐을까.

'군대 갈 나이다 되다니.'

"잘다녀와. 사랑해."

"전화할께."

옥상에서 내려다본다. 잠시 후 차가 왔다. 트렁크에 가방을 싣더니, 뒷문을 열고 탄다.

무소부재의 하나님을 부른다. 언제 어디서든 지켜주기를 기도한다.

왜 이런 순간에만 절실해지는지 모르겠다.


오늘이다. 11월 18일. 세종시로 간다고 했다.

남편이 은재 방문을 열어본다. "일어나야지. 군대간다며." 불러도 대답할리 없다.

남편과 딸이 출근하니, 집이 텅비었다.

1년 6개월, 18개월이다. 아들의 군복무 기간이라고 생각하니, '길다.'

가족 단톡에 생존신고를 하라고는 했는데, 할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말을 너무 아꼈던 것 같다. "계모"라고 남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계모의 삶만 힘들 줄 알았는데, 아들이 자꾸 짠하다.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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