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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Sep 01. 2022

[문화산책] 전시가 끝난 후 남는 것들에 관하여

입력 2022-08-30   |  발행일 2022-08-30 제15면

전시장에서 미술 전시를 하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항상 그 끝은 온다. 온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준비했던 전시가 끝나면 때로는 섭섭하고, 또 때로는 일회성으로 사라져버리는 속성 탓에 허무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하나의 전시가 남기는 것들에 위안을 받는다.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공들여 준비한 전시가 막을 내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가장 클래식하게는 '전시 도록'이 있다. 전시 카탈로그, 혹은 화집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도록은 이제는 단순히 전시의 부속물이 아닌 하나의 중요한 작품으로 남는다.
작년 10월, 대구미술관에서는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의 개인전을 가졌다.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인 만큼 평생의 화업을 정리하고 큰 화폭의 회화작업을 온전히 담을 도록을 제작해야 했다. 게다가 강요배 화백은 '풍경의 깊이'라는 수필 화집을 출판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터라 이번 전시 도록에 대한 부담감과 욕심은 남달랐다. 결과적으로 작가의 작업을 잘 이해하고 표현해 줄 수 있는 북디자이너와 함께 즐겁게 작업했고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전 권 매진되었다. 디자이너와 작가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도록의 좋은 생김새는 그 안의 내용을 잘 반영한다. 큐레이팅의 가장 근본적이고 집약적인 것이 '글쓰기'인 만큼 기획자로서 작가가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업에 담긴 메시지를 잘 살피고 포착하여 문자언어로 치환해야 한다. 도록에는 작가의 작품 이미지들과 더불어 작가와, 작품과, 전시를 모두 아우르는 연구와 고민의 결과가 글로 새겨져 오래오래 남는다.

또한 언젠가 사라지는 전시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자료는 필수적이다. 특히 요즘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사진과 영상 자료들이 활발하게 생성되고 공유되어 실시간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이는 전시를 간접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홍보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도록만큼이나 사진과 영상 제작에 힘쓰는 경향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과 영상은 무엇보다 아카이브의 역할이 크다. 대구미술관에서 이인성미술상 2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위대한 서사'展에서는 20년 전의 시상식 모습과 수상자 전시 전경들을 아카이브로 남기고 보존해 온 터라 이를 활용하여 기록영상을 제작하고 전시에서도 상영할 수 있었다.

전시가 막이 내리고 도록과 사진, 영상들이 아카이빙되어 남지만 기획자로서 전시 후 남은 것들은 함께 했던 사람들이고 회자했던 리뷰이며, 아쉬웠던 부분들로 다음의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는 마음가짐이다. 전시 크레디트 한 줄로 남는 이름에는 준비 과정 동안 축적된 값진 경험과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 녹아있어 마음에 더욱 오래 새겨진다.


이혜원(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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