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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Jun 17. 2020

(Exhibition Review) 금호영아티스트

금호미술관, 2020.4.1 - 5.5

매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신진작가전 <금호영아티스트>에 다녀왔다. 

이미 끝난 전시이지만, 리마인드 하면서 전시관람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잠깐.


2020<금호영아티스트>전시에 대한 얘기에 앞서 "금호영아티스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본 전시는 매년 4명의 신진 작가를 선별하여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고 작품들을 소개해준다. 현재 2020년 까지 17번의 공모가 이루어졌고 73명의 작가가 선정되어 전시를 연 바 있다. 

금호미술관의 꾸준한 신진작가 지원 전시는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고 많은 신진작가들의 꿈의 무대라 생각된다. 예술학도로서 본 전시를 매년 챙겨보고 있었는데 문뜩 올해 든 생각은, 선정작가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떠한 혜택이 갔을까? 삼청동의 미술관,갤러리 타운의 중심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이라는 장소에서의 전시의 기회? And? 


상대적으로 두산갤러리의 작가지원과 신진큐레이터 양성사업이 떠올랐다.

작가와 큐레이터의 일대일 매칭을 통하여 작품연구에 깊이를 더하고, 작가의 고민을 도와주는 구조적 틀을 만들어 주며, 전시의 기회는 물론 장기적으로, 그리고 작가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17번의 공모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금호미술관은 초심으로 돌아가 근원적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신진작가들이 필요로 하는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신진작가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




조민아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금호미술관 1층에서 제일먼저 마주할 수 있었던 조민아 작가의 한국화 작품.

전시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큰 사이즈의 화폭 위에 다양한 이미지들이 더해지고 빼고 나눠져 있다. 

동양화적 우화를 표현하는 조민아 작가의 작품은 책을 읽어 나가듯 캔버스의 처음과 끝을 찬찬히 읽어나가야 한다. 평면적 이미지들이 조화롭게 조합되어진 작품 안에는 현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이슈들이 꼴라쥬 형식으로 혼합되어 보여진다. 한국적 재료(색조 동양화)를 활용하여 우리네의 형상을 우화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작품의 편집적 구성과 기호학적 이미지들이 재미있었다.



김세은 <잠수교 Submersible>

개인적으로 좋았던 김세은 작가의 잠수교,

현대 도시의 풍경들을 감각적인 추상과 색감의 활용으로 운동성있게 표현했다. 

물리적인 도시 풍경이라는 공간이 개인적 경험에 의해 변형되고 운동을 가지고 움직이는 구조들을 회화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바닥의 메탈 판의 설치로 잠수교와 한강의 특정 공간을 사유하게 하고 강물에 비치는 작품의 색감들이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을 전달했다. 이는 작가 개인의 경험과 감각을 적극 활용한 작업으로, 단순 추상 평면 회화를 넘어 설치적 체험을 불러일으켰다. 김세은 작가 만의 풍경화. 

평면 작품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풍경이나 구조적 움직임 뿐 아니라 자연적 추상 형상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도시의 차가움과, 작가의 따스함이 함께 느껴지는 전시였다. 



박아람 <타임즈 TIMES>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는 작가 박아람. 

여러 매체를 탐구해온 박아람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레이어가 중첩된 오늘날의 시공간을 표상하기 위해 회화라는 전통 매체로 돌아왔다. 몬드리안의 색채구성을 연상시키는 본 전시는 다양한 매체들 중 다시금 회화로 돌아와 현대의 모더니즘을 재생산했다. 

평면의 구성작품과 구의 형태를 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현대에 많이 사용되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상의 '셀'이 각각의 행렬구조를 가지는 것에 착안하여 회화의 삼원색이 색인(index)으로 기능하는 상징체계를 만들었다. 작은 구와 큰 구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 폰의 줌인(Zoom-in)기능을 연상시켰고 왠지모르게 을지로가 떠올랐다.(이유를 알 수 없음)



노기훈 <달과 빛 Moon and Light>

마지막 지하 전시장에는 사진작업을 선보이는 노기훈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수없이 많은 우리가 매일 지나쳐온 현실의 풍경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는 특수한 지역과 지리적 경로를 자의적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대립과 분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들을 담아내려고 했다. 사진의 풍경들은 대부분 밤이고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구성적으로는 빈 공간들을 염두하여 촬영한 것으로 보였는데 소박한 일상이면서도 쓸쓸하고 외로움이 잘 표현된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야간촬영에서 꼭 필요한 불빛들과 그림자들의 표현이 현대인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로 아주 잘 작동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혹은 어두운 배경에 포인트되는 조명들(가로수 등, 간판의 불빛, 달빛 등)만을 통해 표현된 사진들이 정물화적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삶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바니타스 정물화를 떠올리게도 했다. 일상의 적막함과 외로움을 보여주는 작품과 일맥상통 한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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