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나그네 인생
<마음 챙김의 인문학 – 나그네 인생>
지난주 새로 개관한 대구도서관을 탐방하면서 처음으로 인문학 책을 빌려 보았다.
인문학이란 *“인간과 인간의 문화, 가치, 삶의 근원적 문제를 역사적·철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문학책만 탐독했고, 대학 시절 신앙을 갖고 난 뒤에는 신앙서적만 읽었다. 5년 전부터는 심리학에 빠져 그 책들만 읽었다. 원래 나는 무엇이든 한 번 꽂히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다.
올해 블로그를 시작하며 심리학 리뷰를 하다가, 한 번씩 철학 책에도 눈길이 갔고 쇼펜하우어와 세네카의 책도 읽게 되었다.
인문학 역시 ‘사람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흥미가 있었지만, 독서의 폭이 너무 넓어지면 정작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시간이 부족해질까 두려워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주 도서관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인문학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마음 챙김의 인문학》.
이화여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임자헌 작가의 책이다.
옛 선현들의 짧은 글을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의 지혜를, 계절의 흐름에 맞춰 풀어낸 형식이다.
그중 4장, 가을 – 꿈꾸다 편에 실린 글 한 편을 옮겨본다.
《나그네 인생》 – 신흠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진짜로 있는 것인가, 진짜로 없는 것인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본다면
본래 없는 것이고,
이미 태어난 상태에서 본다면
전적으로 있는 것인데,
죽음이 임박하면 또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은 있음과 없음 사이에
잠시 부쳐 사는 것이다.
— 신흠(1566~1628), 《나그네 인생》 중에서
이 글은 신흠이 박동량에게 써준 글로, 신흠은 조정에서 경기도 관찰사, 호조 판서, 판의금부사 등의 관직을 지냈으며, 선조로부터 영창대군과 관련된 비밀을 부탁받은 ‘유교칠신’ 가운데 한 사람이다.
〈신흠의 해설〉 요약
‘부치다’는 ‘임시로 머문다’라는 뜻이다.
삶은 하늘과 땅 사이에 형체를 잠시 맡겨두는 것이며,
외부에서 오는 화복·득실·이익과 해로움 또한 모두 ‘부쳐 사는 것’ 일뿐, 일정할 수 없다.
잠시 머물러도 없는 것처럼 여기고, 떠나면 원래 없던 것으로 여기며,
사물이 내게 부쳐 살지언정 내가 사물에 부쳐 살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잘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깃들어 사는 동안 잘 살면
돌아가는 것도 멋진 것이다.
〈임자헌 작가의 해설〉
사는 동안 어려움이 없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나그네 인생에 마음 하나 곧게 지키려는 선현들의 다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이 있다.
붙잡으려 바둥거리던 미련은 내려놓고,
지켜야 할 마음만 잘 간수하여
굽이굽이 어려움을 밟아 건너며
나그네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 보자.
〈나의 인문학적 사색〉
오늘 ‘마음 챙김의 인문학’ 중 나그네 인생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
어느 시대든 인간의 마음을 깊이 성찰한 학자들의 글은 긴 여운을 남긴다.
올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도전을 한 일년을 살고 있다.
1월 : 생애 첫 소설 도전!
2월 : 블로그 도전!
5월 : 브런치 도전!
8월 : 인스타·스레드 도전!
8월 : 브런치 작가 합격!
11월 : 신춘문예 도전!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 전자책 도전까지…
책을 사랑했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책 속에서 현실을 잠시 잊었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또 다른 세계에 머물렀다.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와 스레드에서 글을 쓰고 소통하는 시간은
말 그대로 ‘잠시 부쳐 사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몸은 돌아왔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을 때가 점점 많아졌다.
특히 소통이 활발한 날에는 더 그랬다.
지난여름 소통에 너무 깊이 빠져 힘들어졌고,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방황하기도 했다.
어제 쓴 나의 자작시 〈두 세상〉 또한,
조용한 현실과 화려한 미디어 세계 사이에서
‘어디의 내가 진짜인가’ 고민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떠올려 보면,
작년 겨울 엄마를 보내고 슬픔 속에 헤맬 때
블로그 이웃들의 응원과 따뜻한 댓글들이
내게 손을 내밀어준 등불이었다.
아마 그 응원과 소통이 없었다면
나는 조용한 현실 속에만 갇혀
홀로 ‘부쳐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새로운 이웃님들과 스친님들, 작가님들과
글로 마음을 나누고 응원을 주고받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누군가는 SNS에 너무 빠진 것 아니냐고 할지 몰라도
나는 어디에 머물든 나답게 머물고 싶다.
올해의 이 도전과 소통도 언젠가는 또 다른 계절처럼 지나갈 것이다.
신흠의 말대로, 이것도 잠시 ‘부쳐 사는’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잠시 머무는 순간에도 나는 내 마음을 잃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나로 살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모두 나그네 삶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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