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김형석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고
지난 일요일부터 걸렸던 감기가 열흘쯤 되어서야 나았다.
코로나나 독감을 제외한 일반 감기로 이렇게 오래 앓은 건 처음이었다.
보통 병원에서 감기약을 받아먹으면 2~3일이면 호전되는데 이번 감기는 유독 오래갔다.
감기는 다 나았지만 아직 기운이 없고, 일상 회복도 더디기만 하다.
학원 수업 외에는 외출 자체가 어려웠고, 교회도 2주간 온라인 예배로 대신했다.
어제는 마침 쉬는 날이라 ‘도서관 정도는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집을 나섰다.
전날보다 무려 10도나 내려간 추위에 잠시 망설였지만, 스레드에 가볍게 “외출 응원해 달라”는 글을 올리고 대구 도서관으로 향했다.
두 번째 방문이라 지리도 익었고, 지난번에 마음에 들었던 2층 창가 자리로 가 보니 마침 비어 있어 앉았다.
간단히 오늘의 일기를 쓰고 책을 반납한 뒤, 새로운 책을 빌리러 코너로 향했다.
최근에는 심리학과 철학 책을 주로 읽었고, 지난주에 집어 든 인문학 책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신앙 쪽으로 기울어 자연스레 기독교 코너로 향하게 됐다.
나는 설교 집보다는 기독교 고전이나 유명한 기독교 사상가의 저서를 좋아한다.
C.S. 루이스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해석한 홍종락 작가의
**《 C.S. 루이스의 인생 책방》**을 한 권 빌렸다.
그리고 우리나라 철학계의 대부이자 사회·교육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쳐온
김형석 교수님의 책
**《나의 인생, 나의 신앙》**도 함께 빌렸다.
2018년에 출간되었던 **《선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는 당신에게》**가
올해 **《나의 인생, 나의 신앙》**이라는 제목과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된 것이다.
예전에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책이라 다시 집어 들었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조치대학교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시카고대·하버드대 연구교수를 역임하며
한국 철학계의 1세대로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70대 후반에는 어머니를, 80대 초반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평생 함께한 두 친구 안병욱 교수와 김태길 교수 역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모든 이별을 지나오고도 100세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
강연과 집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삶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는 자신의 92년 신앙생활을 세 단계로 정리한다.
20세까지는 교회가 신앙의 모태였고,
대학 시절에는 ‘지성인으로서의 신앙’을 탐구했다.
철학도였기에 인간 존재와 기독교의 해답을 치열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교회와 현실 사회의 간극을 절감했고,
그 책임이 사회 보다 교회에 있다고 보았다.
기독교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데 있다는 그의 통찰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래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다시 새로 출간된 모습으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롭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속에서도 신앙을 굳게 붙들고 철학자로서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남기고 있는 교수님의 삶이
더욱 존경스럽게 다가온다.
나 또한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 친구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진정한 신앙은 대학 2학년, 캠퍼스 신앙 동아리를 만나면서였다.
사색적이고 생각이 많아 신앙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내가
인생의 큰 위기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신앙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뒤로 신앙은 내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교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출석 인원이 40%가량 줄었다고 한다.
온라인 예배가 일상이 되면서
나 역시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신앙에 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본질에 더 가까운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나는 엄마를 떠나보냈다.
그 빈자리는 컸고, 한동안 일상도 마음도 흔들렸다.
수학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던 때라 더 힘들었다.
그러던 중,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문학소녀의 꿈—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소설을 쓰고 블로그를 시작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일기장에만 머물던 글들이 세상으로 나와 독자들을 만나고, 브런치 작가까지 되면서 나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부족하지만 소중한 나의 시와 소설들을 엮어 전자책으로 먼저 내보려고 한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된다면
신앙에세이나 신앙 시도 쓰고 싶었다.
요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신앙적 색채를 드러내는 글을 쓰는 건 조금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래도 나는 용기를 냈다.
블로그에는 나의 인생 책 **《천로역정》**을 리뷰했고,
판타지 소설 《기억의 조각을 찾아서》 속에도
나의 신앙관을 자연스럽게 녹여 보았다.
어제 빌린 김형석 교수님의
**《나의 인생, 나의 신앙》**은
지금의 나에게 매우 큰 메시지를 준다.
요즘 나는 SNS에 빠져 살던 지난여름과 달리,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큐티와 명상, 기도를 한다.
현실과 미디어 세계의 경계를 지키려 하고,
지금 있는 이곳에 마음을 온전히 머물게 하려고 노력한다.
현실로 돌아왔는데도 마음이 계속 온라인에 머물러 있다면
그건 집착이고, 곧 SNS의 폐해가 될 수 있다.
스레드에서도 크리스천임을 드러내며
성경 구절과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블로그나 브런치보다
그곳이 신앙적 소통에는 더 편안한 공간일 수도 있다.
신앙은 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얼마만큼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느냐’를 늘 고민해야 한다.
나는 한동안 SNS에 너무 깊이 빠져
신앙까지 멀어질까 두려워
아예 글쓰기를 접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이미 사회의 일부이며
여기서도 충분히 선하고 좋은 영향을 나눌 수 있다.
아직 내 글을 좋아해 주고 따뜻하게 공감해 주는 독자님들이 계시기에 앞으로도 오래도록 글을 쓰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는 당신에게》
이 책이 오늘의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마음이 한결 평온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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