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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의 24시간 단식에 성공하다

파괴는 선물이야!

by 진재


설탕, 밀가루, 카페인을 끊은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었다.


내친김에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어려울 것 같았던 두려움도 잠시. 시간은 언제나 도전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3일간 단백질 쉐이크 먹기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아무래도 미리 설탕범벅 군것질 거리들을 모두 끊고 클린식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스위치온 프로그램에서는 10일 차에 첫 24시간 단식을 권장한다. 나에게는 쉐이크 3일보다 단식이 더 두려웠다. 단식은 내게 길 앞에 시커멓게 웅크리고 있는 위험해 보이는 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이전의 나는 2시간 40분도 먹을 걸 참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24시간 단식을 한다는 건 거대한 벽을 뛰어넘으라는 말처럼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예전부터 스위치온과 관계없이 단식에 대한 생각을 줄곧 하고는 있었다.


나의 위, 췌장, 소장, 대장들이 온갖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들을 분해하느라고 과로를 한다는 생각을 내내 했기 때문이었다.


매일, 하루 종일 공장을 풀가동하는 내장 기관들에게 온전한 휴식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 몸은 언제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입은, 정확히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요구했고 손은 뇌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 내 몸속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과식으로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반복했다. 관대한 위는 묵묵히 음식을 소화했다.


하지만 가혹했던 처우에 반기를 든 내장 기관들은 파업을 선언했고, 나는 그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단 것들을 넣지 않으니 이번에는 뇌가 파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육신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드디어 그렇게나 해보고 싶었던 24시간 단식의 날이 되었다. 나 스스로는 도저히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던 일이다. 그 일이 이런 프로그램 속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으로 실천할 용기가 생긴 것이다.


단 하루의 24시간 단식으로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시적으로 혈당이 낮아질 수 있고, 단식의 가장 큰 이득인 자가포식도 아주 미미하게 일어날 뿐이다.

단식의 효과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위장기관들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고 싶을 뿐이었다.

전날 저녁 5시에 식사를 종료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공복으로 근력 운동을 하고 동네 슈퍼를 다녀오며 6천보 정도를 걸을 수 있었다.




중간에 쓰러지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나는 멀쩡하고 쌩쌩했다. 박용우 박사의 <내 몸 혁명>에 보면 우리 몸에는 짜장면 200그릇 분량의 잉여 칼로리가 있다고 한다.


단식이 20시간을 돌파할 때에는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면서 집중력이 좋아짐을 느꼈다.


위를 비롯한 신체 내장 기관들에게 드디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쁨이 허기를 채우고 싶은 욕망보다 우월했다.


달콤한 디저트와 간식, 고열량의 ‘재미있는(자극적인) 식사’에서 해방된 자유 속에서 나는 더 편안했고 안정감을 느꼈다. 몸속에서 나지막하게 고맙다는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 같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때로는 사랑 때문에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 있게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에요.



인간이 삼시 세끼를 먹는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제 균형 있는 식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24시간 단식은 이러한 균형을 철저하게 깨는 의식이다.


나는 내 몸을 사랑하기로 했으므로 삼시 세끼의 균형을 깨고 24시간 단식을 통해 휴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도저히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일단 한 번 해 봐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었던 24시간 단식을 성공적으로 해내니 자존감도 올라가는 기분이다.


스위치온 다이어트 3주 차에는 주 2회 24시간 단식이 있다. 그리고 대망의 4주 차에는 무려 주 3회의 단식이 있다. 나는 여기에서 다시 쫄보가 된다. 2회 단식은 자신있지만, 솔직히 3회 단식은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다가올 2회의 24시간 단식을 마치면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으리라고 믿어본다.




파괴는 선물이야.
파괴가 있어야 변화가 있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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