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일거야 한다(2)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4/6)

by 온명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3/6)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슴슴해져 버린 로고를 밀고 끌어줄 캐릭터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독서 모임이라는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 부족한 주목도와 재미를 챙겨줄 캐릭터… 하지만 캐릭터 응용과 활용에 용이하고 디자인 유지 보수하기에도 편하려면 많은 디테일이 없는 캐릭터여야만 했습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해봐도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안 나오던 중에, 예전에 카페 캐릭터 공모전에 제출했지만 떨어져서 사용할 일 없던 캐릭터 디자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현재 일거(ilgo)의 조상님 격인 어둑(eoduk) 캐릭터 디자인


어둑이라는 설화와 전설을 배경으로 한 캐릭터였는데, 형태의 단순함과 동작 응용에 편의성이 있던 캐릭터였습니다. 흑백이라는 점도 디자인 유지 보수, 추후 확장성과 변형을 고려했을 때, 좋은 설정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비주얼 콘셉트의 큰 줄기를 이 친구로 삼고 독서 모임에 어울릴 수 있게끔 손 좀 보면 되겠다!’ 생각을 하던 중에, 캐릭터 하나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모임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캐릭터 하나만 달랑 있는 건 그 정체성을 전달하기엔 모자라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눈물을 머금고 캐릭터 세트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콘셉트 잡기


고양이, 강아지와 같이 친숙하면서도 귀여운 모티브가 될만한 동물은 정말 많지만, 너무 많이, 너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하던 중에, 오래된 물건에 영혼이 깃들어 도깨비가 된다는 설정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어릴 때 기억이라 내용도 생각나지 않지만, 「꼬비꼬비」라는 만화영화의 속에서 도깨비들이 물건에서 비롯되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도깨비에 관한 설정을 찾아보니 여러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각종 물건이 오래 묵어 도깨비가 된다는 민간전승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물건은 독서와 연관된 물건과 연결될 수 있었고, 장난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하지만 너무 장난스럽고 인간을 홀리거나 두려움을 주기도 하는 도깨비의 전형적인 성격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존재 같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들과 함께 책을 읽고 삶에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마법이나 요술처럼 표현되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깨비의 이미지를 변형 없이 그대로 쓰기보단, 응원하고 격려하는 조력자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책요정'이라는 이미지와 결합하고자 했습니다. 즉, ‘오래된 책, 펜, 잉크에 깃든 영혼이 사람들과 재미있게 놀고 독서를 돕는 도깨비 + 책요정’의 콘셉트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름 짓기


캐릭터를 만들기로 정했으니, 이름을 또... 그것도 셋이나...! 대체 왜 저는 캐릭터를 셋이나 만드려 했던 걸까요? 하지만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책과 펜, 잉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니까 그 물건의 특성이 느껴지면서도 한가족처럼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우선 독서 모임이니 책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메인 캐릭터로, 펜과 잉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는 서브 캐릭터로 정했어요. 우선 메인 캐릭터는 모임명인 '일거'를 그대로 썼습니다. 절대 이름을 새로 짓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한 건 아니고요...(정말로!) 책을 모티브로 했으니 '읽어'의 의미를 갖고 있는 '일거'만 한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임명인 일거와 동일한 작명 규칙으로 캐릭터 이름을 짓고 싶었기 때문에, 모임명과 중복되는 의미를 가진 이름을 하나 더 만들기보단 동일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인 캐릭터를 정하고 작명 규칙을 정하니, 다음은 일사천리였습니다.

독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글쓰기를 상징하는 펜은 '적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한 '저거'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생각과 자아를 나타내며 성장의 가치를 담고 있는 잉크는 '익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한 '이거'로 결정했습니다. 이거(이것), 저거(저것)라는 지시 대명사가 연상된다는 점이 두 캐릭터를 강하게 연결해 주는 느낌도 들어서 썩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어요.

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영어 이름까지 지어줘야 제대로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거'는 'ilgo'를 그대로 사용하고, 일거(ilgo)에 사용된 작명 규칙에 따라 '~go'를 돌림자로 사용하는 캐릭터 세트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거'는 자아를 의미하는 'ego'를 활용해, 'eego'로 정했습니다. 'ee'를 사용해 '이' 발음을 유도하고 4개의 철자를 동일하게 사용해서 더욱 일관성을 강하게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저거'는 '거'의 발음을 'go'로 하고 있었으므로, '저' 역시 'jo'로 표기해 'jogo'로 이름 지었습니다. 발음도 귀엽고 'o'가 두 번 사용되어 이거(eego)처럼 같은 철자가 반복되는 형태와 4개의 철자로 구성된 이름이라는 일관성을 유지했습니다.






캐릭터 설정_일거(ilgo)

일거(ilgo)는 덩치가 크고 듬직한 외형을 가진 캐릭터로,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책에 영혼이 깃들어 태어난 도깨비답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한다는 설정이에요. 일거는 이름처럼 일거라는 독서모임의 정체성과 동일한 셈입니다. 자유자재로 책의 크기를 늘리고 줄이고 할 수 있으며, 어디서든 책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 책 위에 올라타서 유유히 돌아다니며 쉬는 걸 좋아합니다. 이때 머리 위의 7개의 도깨비불 때문에 마치 책 위에 해가 떠오르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평화와 조화, 화합을 지향하고 늘 자신과 함께하는 '이거'와 '저거'를 살뜰히 챙기고 도와주며 이끌어주는 캐릭터입니다.



캐릭터 설정_이거(eego)

이거(eego)는 작고 귀엽고 동글동글한 외형을 가진 캐릭터로, 미숙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실수가 잦으며 덤벙대지만 매사에 열심이고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그런 자신의 실수에 당황하며 급한 성격 탓에 쉽게 흥분하기도 하지만 착하고 여린 마음씨를 갖고 있습니다. 오래된 잉크병에 영혼이 깃들어 생겨난 도깨비인데, 병보다는 잉크 자체가 본체에 가까워서 검정 잉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거의 도깨비불은 그런 잉크의 성질을 닮아 감정표현에 활용되곤 합니다. 성장과 학습, 경험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서 잦은 실수에도 굴하지 않고 늘 시도하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좌절할 때도 많지만 낙관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일단 해보자!'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캐릭터 설정_저거(jogo)

저거(jogo)는 팔다리가 길고 마른 체형의 캐릭터로, 오래된 펜에 영혼이 깃들어서 생긴 도깨비라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새 부리 같이 보이는 입은 펜 촉을 모티브로 했고 안경을 쓰고 있으며, 탐구하고 지식을 쌓는 것을 좋아해서 아는 게 많고 완벽주의를 추구합니다. 그래서인지 까칠하고 예민하며 신중하고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똑똑한 만큼 비판적이고 냉소적일 때가 종종 있어서 인지 '일거'나 '이거'처럼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진 못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다각도로 분석해 가장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해결사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거'와는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지만 늘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일거'와 '이거'를 가장 좋아합니다.






앞으로 모임의 얼굴이자 상징이 되어줄 로고와 캐릭터 작업을 한 계기와 과정 살짝, 그리고 의미와 설정을 정리해봤습니다. 디자인 작업과 동시에 모임 소개글과 모임 참여 방법, 세부적인 운영 계획 그리고 실행 단계에서 필요한 준비들도 마무리했습니다. (모임 소개글과 모임 참여 방법에 대한 내용은 아래 모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아쉬움과 후련함을 뒤로하고 이제는 정말 실행만을 남겨두게 되었는데요. 긴장 때문인지 설렘 때문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두근두근하는 심장 뛰는 소리가 제 귀를 가득 채우고 있어요. 미루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탈락한 캐릭터 스케치와 시안들, 왜 여러 채널에서 사람을 모으려 했는지, 왜 모임 활동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아카이빙 하려 하는지 등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글로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의 마지막 편은 모임을 시작하고 느낀 간단한 후기와 앞으로 모임의 방향성, 그리고 구상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쓰며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 모임 활동 한눈에 보기 : @ilgo.bookclub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5/6)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