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일거야 한다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3/6)

by 온명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2/6)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래서 모임 이름을 뭐로 하지...'

앞으로 다양한 걸 하고 싶다고 해도 우선 독서 기반의 모임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서와 연관된 이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순수 한글로 된 이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약간의 위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인상을 전달하는 걸 도와줄 귀여운 캐릭터 세트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이름을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떠오르는 수많은 이름 중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죠. 그러던 중에 '읽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한 '일거'는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방식을 똑같이 활용해서, 캐릭터 이름까지 확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늘 상상하고 계획할 때까지만 즐거운 법 아니겠습니까.



이름 짓기


「일거」는 '읽어'를 발음 그대로 담아낸 이름입니다. '읽는다'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서 깊이 읽기, 함께 읽고 성장하기의 핵심가치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읽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해서 약간의 위트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너무 딱딱하고 진지한 모임이 되는 걸 원치 않았고 친근하고 편안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으니까요.

단순히 발음 그대로의 읽어를 표기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모임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의미부여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거에 해당하는 한자어를 찾아봤는데, 그중 일거(一擧)가 맘에 들었습니다. '한 번 움직임 또는 한 번 일을 벌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한 번의 시도, 그 용기와 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한자어로 해석된 의미는 굳이 직접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본래 의도인 ‘읽어’가 전달되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모임 활동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행위를 격려하고, 의미를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름의 뜻이 궁금해서 파헤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깊이에 의미를 묻어두고 필요할 때 언젠가 꺼내 쓰려고요. 복잡하고 깊은 의미 부여는 꼭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읽어라는 말을 소리 나는 그대로 받아 적은 유치하고 순수한 듯한 멍청미(美)가 제 마음에 들었어요.



로고 만들기


일거는 기본적으로 '읽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한 이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글 로고를 생각했습니다. 근데 영어로고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사람 일은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만든 로고도 언젠가 알차게 쓸 날이 올 수도 있잖아요? 결국 디자인 작업을 들어가면서 '괜히 욕심을 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이때만 해도 즐겁게 생각의 꼬리를 물고 따라가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영문 로고까지 기어코 계획하고 말았습니다.

'일거'를 영문으로 표기하면 'ilgeo'가 되어야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예전부터 'ㅓ'를 'eo'로 표기하는 것이 소리가 직관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었고, 그래픽으로 표현할 때 'il'과 'geo'의 비중 차이가 커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글 로고와 영문 로고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어도 최대한 유사한 형태와 성격, 무게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영어 표기를 'ilgo'로 정했습니다. 한글 표기 방식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이름이라 표준 표기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것이 더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go'는 행동을 요구하는 듯한 인상이 느껴졌습니다.

이름을 생각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막상 로고로 만드려니 막막해지더라고요. 함께 읽고 성장하는 공동체,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될지 정해두지 않았으니 어디에-어떻게 활용해도 좋은 디자인, 그러면서도 차별화되어 인식될 수 있는 독립적인 시각적 개성을 갖길 바랐거든요. 타인이라는 클라이언트보다 더 깐깐한 클라이언트가 제 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마음에 드는 로고 디자인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이 모든 걸 담아낼 능력이 제겐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저는 로고를 범용성 있게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시각적 재미와 주목도, 부족한 개성은 캐릭터로 채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를 만족시키려면 욕심을 다 충족시킬 수 있어야 했지만, 욕심을 다 채우면 디자인은 산으로 향했거든요. 미흡하고 부족해도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야 간신히 완성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손보리라 다짐하며 우선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심볼 그래픽과 연계성


다음 편에 이야기할 메인 캐릭터인 '일거'의 얼굴을 심볼로고로 만들었습니다. 일거의 얼굴은 눈썹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 특징으로 '펼쳐진 책'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펼쳐진 책을 단순화한 그래픽 모티브는 책과 독서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심볼(캐릭터)과 로고에 동일하게 사용해서 하나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글과 영어 로고에 같은 위치에 배치해서 일관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특히 영어 로고에서는 '펼쳐진 책'과 'go'의 원이 메인 캐릭터의 얼굴을 연상시킬 수 있게끔 만들어 봤습니다.



쉽고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형태


원, 직선을 중심으로 글자를 구성해서 단순하고 구조적인 인상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곡선을 사용해도 원의 곡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해서 차이가 눈에 띄지 않길 바랐어요. 너무 자유분방하지 않고, 너무 화려하지 않아야 여기저기 사용성이 좋으니까요. 기초적인 그래픽 요소를 기반으로 간결하고 단순한 구조를 갖추되, 너무 딱딱하고 차갑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편안하고 경쾌하면서도 차분한 인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통일성


영어 이름을 지을 때 생각한 것처럼, 한글과 영어 로고가 서로 같은 이름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느껴졌으면 했습니다. 일거와 ilgo, 각각 같은 소리를 내는 글자가 같은 위치, 같은 형태적 특징을 공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일'과 'il'의 원과 직선 동일한 배치/ '거'와 'go'의 위에 배치된 그래픽 모티브, 곡선의 형태 그리고 글자의 낮은 높이) 또한 종횡비가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만들어서 통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실제 두 로고를 혼용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분명히 욕심을 많이 덜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한가득 담겨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덜어내기엔 덜어낸 제 욕심을 둘 곳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글을 쓰면서도 로고를 계속 살펴보니까, 미묘하게 약간씩 조정이 필요한 부분도 보이고요. 결국 손봐야 하는 곳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말이죠. 모임이 지속되면서 모음을 함께 하는 사람도, 운영 방식도, 모습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고도 그에 맞춰 조금씩, 때로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나아가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모임과 이름, 디자인이 조화롭게 하나가 되어 착! 붙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야기가 길어져서, 캐릭터 이야기는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4/6)'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