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2/6)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1/6)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모임을 만들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지?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함께 읽고 성장하는 모임을 정체성으로 삼고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머리를 한참을 쥐어짜봤지만 제자리를 빙빙 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기를 수차례. 천 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요. 온갖 잡다한 망상의 흔적들은 잠시 치워두고 우선순위에 맞게 방향성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봤습니다
집중해서 읽는 독서가 열어준 조용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연관성을 생각하고 자신만의 유추와 논리를 끌어내고 고유한 생각을 키운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독서를 통해 성장한다.' 이건 제가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년간 독서 모임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독서로 자신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 성장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진 않았어요. 의무감과 불안감으로 책을 찾는 사람도 있었고, 책 안에서 정해진 정답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죠. 책을 읽으며 마주하는 자신의 솔직한 감상과 감정에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감상과 감정에 집중해보기도 하며, 책을 통해 얻은 영감과 통찰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보려는 시도가 깊이 읽기의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책을 읽으며 얻은 깨달음과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입을 간지럽힐 때가 있습니다. 그런 깨달음과 목표를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때가 있어요.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깊이 읽기의 좋은 계기가 됩니다. 혼자서 책을 읽을 때는 빠르게 읽고 넘어가게 되지만, ‘말하기’를 염두하는 것만으로도 독서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거든요. 문자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정보를 정리하고, 보다 이해하기 쉽게 개념화하고,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연결하게 만듭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책을 읽으며 공유할 수 있는 건 책 안에 담겨 있는 정보성 지식만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자신의 감상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포착하고 되돌아보며 ‘왜 그렇게 느꼈지?’라고 스스로 물어보게 만듭니다. 말하기를 염두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상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저자와 소통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저는 이게 독서를 하는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며 찾아오는 감상과 연결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쓰기’도 정말 좋은 독서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독서를 하면서 갑자기 찾아오는 영감의 순간이 있어요. 나만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때,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연결될 때,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내 삶에 적용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등 갑작스레 찾아오는 생각들은 생각이 떠오른 바로 그 순간 포착해서 기록하지 않으면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릴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으며 바로 메모할 수 있게 펜을 준비해 놓습니다. 그렇다고 또 아이디어 노트를 준비해 두고 각 잡고 기록하려고 하면, 준비된 노트가 없을 때는 책을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저는 펜만 챙겨서 책을 보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책에 바로 적게 되었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새 책처럼 관리하려고 애지중지하면서 행여나 귀퉁이 조금 접히는 것도 신경 썼었는데 말이죠. 책을 접고 쓰고 하면서 괴롭히는 지금의 제 독서하는 모습을 옛날의 제가 봤다면, 책을 아주 더럽게 본다고 말하며 유난 떠는 사람으로 봤을 겁니다.
저처럼 유난 떨며 책을 읽는 건 아니어도, 함께 책을 읽으며 감상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말하기’와 ‘쓰기’ 같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은 정말 좋은 계기가 되어 줍니다. 책을 읽으며 말과 글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가다 보면 독서가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서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는 소중한 손님이며 지금 함께 있는 조직은 거대한 우주 속 환승 정류장과 같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각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전편에서도, 앞에서도 계속 말해왔듯 함께 읽으면 독서의 가치는 배가 됩니다.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는다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독서를 지속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좋다, 함께 읽으면 더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가장 좋다.’ 이건 짧은 독서 경험으로 얻은 저의 지론입니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함께하는 순간, 관계 맺음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처음부터 천생연분 같이 이상적인 관계를 형성 가능한 사람만 모아서 모임을 만들 순 없습니다. 저 역시도 좋은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당당하게 맞다고 대답할 수 없거든요.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어떤 말과 행동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관계는 천차만별로 흩어집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정의는 사람마다 제 각기 다르겠지만, 좋은 관계 맺음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가치는 '상호 존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저 이 모임에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소통의 기술을 연습하고, 좋은 관계 맺음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단순히 함께 모여 앉아서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고유성을 형성하고 삶의 경로를 주체적으로 설계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으로 모임을 구상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개인이 혼자 감내하기엔 너무도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제 생각을 더 구체화하게 도와준 책,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한국은 핵가족을 넘어 더 작은 단위인 핵개인으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조직과 조직이 내줄 수 있는 자리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거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죠. 자신이 바라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동체,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한 공동체,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고독감에 빠진 개인에게 최소한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피곤한 이해타산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작은 선의와 존중이 보장된 공동체를 꿈꿔봅니다.
모임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부터 다짐한 건, '평생에 걸쳐 나와 함께 성장할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규모가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설령 혼자서 하더라도, 내 삶의 일부가 된 모임을 상상해 봅니다. 상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중단하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시 재정비하고 정돈해서 새로 시작할 거예요. 이전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좀 더 나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말이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상상한 모든 걸 실현하기엔 아직 개인적인 능력도 부족한 데다가 경제적인 면도 넉넉하지 않고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되지 않았거든요.
오래도록 꾸준히 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임의 주체인 '내가 편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버스에 승객 하나 없을 때는 운전사가 편해야 오래 운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가장 편한 자세, 익숙한 경로, 편안한 속도로 운전한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승객이 하나 둘 타기 시작하고, 공동의 목적지가 생기고, 특히 요금을 받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자신만 편해선 안됩니다. 결국 시기와 과정에 맞는 우선순위가 있고, 그때마다 그에 맞는 방법과 기준으로 운영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직 규모도 크지 않고, 사회적 기여를 할지 말지도 모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시작의 단계이기에 그 무엇보다 저를 우선을 두고 싶습니다.
현재 단계에서 모임의 지속성을 고려한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주 활동 지역을 벗어나는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제 생활 반경인 영등포구와 마포구에서 주로 모임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고정된 모임 공간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활동 지역 내 다양한 카페에서 모임을 진행하려 합니다. 공동체에 부합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모임을 경험하면서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은 단연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대놓고 불쾌감을 주고 위해를 가하는 경우는 오히려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더 낫습니다. 불쾌와 불편 사이를 오가며 묘하게 줄을 타는 사람들을 종종 봐왔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제재를 위해 불편을 야기하는 행위를 하나하나 규칙으로 정하면, 더 이상 모임은 자유롭고 편안한 곳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감정과 관계가 얽혀 있기에, 구성원 관리는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잡아먹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 목표 달성과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임 활동을 두고 구성원 관리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국 제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오래 지속하기 위해 제 맘대로 하겠다'입니다. 다소 웃긴 결론이 나와버렸지만, 운영 초기에는 미완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추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화를 도모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처음은 엉성하겠지만, 명시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기준을 형성하는 데에는 시간과 경험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뭔가 거창한 얘기를 잔뜩 늘어놓았지만 여전히 망상의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모임의 방향과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니, 이제 이름을 정해야 당장 시작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명 센스가 진짜 없어서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네요.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3/6)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