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1/6)
문득 책 한 권 읽지 않던 제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대학교 졸업전시 준비가 마무리되어 학교 앞 자취방에서 하릴없이 방바닥 긁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당시 자주 눈팅을 하던 페이스북의 'XX대학교 앞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서 독서모임 모집 글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취업보다는 개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지라 학교 앞 자취방을 떠나기 전까지는 딱히 할 것이 없던 차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매해 단골 새해 목표로 늘 '책 읽기'를 적어왔던지만 늘 수포로 돌아갔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책을 본다는 독서모임 모집글은 의지가 박약한 제게 여러모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죠.
내성적인 제게 생면부지의 사람과 책을 읽는 행위는 분명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짓이 분명했지만, 대학교 졸업이 잔뜩 싱숭생숭한 마음을 불어넣은 상태였기 때문에 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졸업 이후 '뭐 먹고살지?'를 되뇌며 방바닥을 긁을 뿐이던 제 마음속 깊은 곳에는 불안과 걱정이 마구 피어나 있는 상태였죠. 결국 '저도 할 수 있을까요?'라는 댓글을 달며 저답지 않은 선택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안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제 인생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줬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책을 읽는데 책 읽기가 너무 힘들고 책에 손도 잘 안 가서, 정해진 기한에 맞춰 정해진 분량을 읽는 것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뜩이나 내성적이고 부끄럼이 많아 낯을 많이 가렸기 때문에, 모임에서 얘기를 나눠야 했지만 가벼운 자기소개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 생각에 동의한다는 정도의 말을 하는 게 다였어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쉽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자, '과연 독서모임이 내 인생에 과연 더 있겠냐'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자 인생에 다시없을 경험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마지막이 될 거라면 더 책을 열심히 보고, 생각을 정리해서 모임 때 잘 말할 수 있도록 하자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재밌는 건 그렇게 책을 열심히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졌고, 많아진 생각들을 정리하니 말하기가 수월해졌고, 마침내 모임에서 제 생각이 담긴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니 그제야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 만나서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때론 제 의견이 동의를 얻기도 하고, 때론 상대 의견에 따라 수정하고 보완해 가는 경험은 저를 완전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성장하고 교감하는 경험을 하니까 독서라는 행위가 더 재밌어졌습니다. 졸업전시 마무리 단계쯤부터 자취방을 빼기 전까지니까 한 3~4개월 정도 독서모임을 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족한 면이 참 많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운이 정말 좋았어요. 첫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일 수 없었습니다.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독서 습관도 잘 형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적으로 모임 리더가 잘 이끌어준 덕분이었어요. 물론 모든 모임구성원 분들이 독서 왕초보인 저를 배려해 주며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책을 계속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좋은 분들과 함께한 최고의 독서 경험이 대학을 졸업하고 본가로 돌아간 후에도 제가 스스로 독서모임을 만들고 독서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거죠. 친구 한 명 꼬드겨서 집 근처 카페에서 시작한 제가 만든 독서모임은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기 전까지 약 1년 정도 운영 했습니다. 아직 독서와 모임 경험이 부족했던 제게 모임장의 역할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성공적인 첫 독서 모임의 경험 덕에 뽕이 잔뜩 차 있었던 저는 다소 무리한 모임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2주에 1권 완독하고 서평까지 작성하서 공유한 후에 카페에 모여서 각자 독서한 책과 감상을 공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잡았습니다. 처음엔 힘들어도 생각보다 잘 되나 했지만, 결국 몇 개월 지나자 서평을 못쓰는 경우가 잦아졌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되었습니다. 빡빡한 독서 활동을 고수하는 제 고집 때문에 저와 함께 했던 분들은 옛날의 저처럼 좋은 독서 경험을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저 역시도 모임장이 아니었다면 진즉 포기했겠지만, 모임장이라는 책임감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티며 계속하던 중에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끼친 비극이었지만, 어쩐지 제겐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독서모임을 마무리하고 '모임장을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당분간 혼자 독서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유행이 끝나고 혼자 책 읽기 무료하던 차에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여해 봤는데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형태의 독서 모임이 있었고 정말 다양한 삶을 사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을 만난 경험은 제 삶을 다시 돌아보며 '과연 나는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담보로 모든 걱정과 불안을 짊어진 삶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버거워 보이기도 했지만, 기꺼이 그들이 삶의 무게를 감내할 수 있었던 까닭은 각자의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의 의미를 뼛속 깊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을 직접 빚어내는 기쁨을 알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혼자 힘들고 지칠 때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마음을 안고 사는 건 비단 독립된 개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 뿐만이 아닙니다. 남들 하나쯤은 갖고 있다는 취미 하나 없이 진정 자신만을 위한 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일도 아직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 열심히 일을 하지만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정체된 기분에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 오랜 시간 외길만을 걸어왔는데 달라진다는 세상사에 휩쓸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사람. 모두가 각자의 불안과 걱정을 한 아름 안고 간신히 버텨내며 삽니다. 애덤 그랜트의 저서 「Think again」에서 말한 도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관계망은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나’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어도 되는 사람들 집단이다."
"이들의 역할은 ‘내’가 가진 전문성에 대해서 한층 겸손한 태도를 갖게 만들고, 나의 지식을 의심하게 하며, 새로운 가능성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밀어붙임으로써 ‘나’의 다시 생각하기 사이클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제가 처음 경험했던 독서모임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독서를 통해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성장을 북돋고 응원할 수 있는 모임을 상상하며 뭔가 설렘을 느낍니다. 책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탐색하고,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자꾸만 '아~ 독서모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처음 모임을 했을 때 제가 느낀 경험을 나눠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 합니다. 물론 모임을 찾는 모든 이가 저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런 소망을 갖고 모임을 만들어가고 싶어 졌습니다.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꿈꿔봅니다.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2/6)로 이어집니다)